[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또 터져 나올 제2 홈구장 경기 문제,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주말 KBO리그를 뒤덮은 이슈는 폭염 취소였다. 울산 지역에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는데, 하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3연전이 잡혔다.
다른 지역도 다 더웠지만 울산 문수구장은 인조잔디라 최악의 상황이었다.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와 달리 열을 그대로 머금었다, 더 강하게 내뿜는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구멍이 100% 열릴만큼의 지열이 올라온다.
2일 첫 날 경기는 취소였다. 하지만 3일 경기가 강행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 김태형 감독과 LG 염경엽 감독은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기는 진행됐고, 무사히 마치는가 했는데 경기 후 양팀 선수단에서 탈진 증세가 속출하며 두 감독은 분노를 표시했다. 이 소식 때문인지 4일 경기는 일찌감치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울산은 롯데의 제2 홈이다. 지방 구단들은 연고지 외 권역 팬들을 위해 제2 홈을 지정하고 1년에 몇 경기씩을 치른다. 삼성 라이온즈의 포항, 한화 이글스의 청주가 다른 예다.
팬서비스 차원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경기를 하는 건 또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경기 개최를 위해 시에서 구단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 홈팀에게도 홈경기가 아니다. 원정처럼 호텔에서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 라커룸도 홈구장에 비해 평편 없다. 직원들도 파견 근무를 해야해 힘들다. 열성적인 팬 제외, 홈경기로서의 이득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도시와의 인연도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혜택 때문이다.
그래서 3일 경기 강행에 뒷말이 무성했다. 울산시가 어렵게 유치를 했는데, 3일 내내 취소가 돼버리면 속된 말로 '허탕'을 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 잔여 홈경기 일정은 다 잡혀있고 이 경기들 역시 운영, 마케팅 측면에서 사직에서 울산으로 다시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경기를 진행시키자는 과욕이 이번 탈진 사태를 촉발시켰다고 보는 게 대부분의 합리적 의심이다.
다른 구장과 비교하면 제2 구장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울산, 포항, 청주 모두 인조잔디다. 염 감독은 "우리가 현역으로 뛸 때야 인조잔디도 많고, 열악한 환경 속에 뛰었다. 그 때는 선수들이 그런 환경에 적응돼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가 발전하고,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하다 갑자기 최악의 환경에서 뛰면 적응력의 문제로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나는 작년 해설위원을 할 때부터 울산, 포항 경기는 여름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화는 청주 경기를 한동안 배정하지 않았다. 청주시가 올시즌을 앞두고 구장 개선에 대대적 투자를 하며 어렵사리 다시 경기를 유치했다. KIA도 군산 경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더운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은 인프라다. 일단 프로 경기가 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해놓고, 주인이든 손님이든 모시는 게 순서다. 문수구장은 관중들에게도 최악이었다. 내-외야 지붕조차 없고, 구장 밖에도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차 시설도 열악해 먼 길에 주차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 경기장에 걸어오는 관중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문수 폭염 사태'를 계기로 제2 홈구장 경기 개최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1년 6경기 정도니 대충 치르고, 경기 열렸다는 효과만 누릴 생각이라면 이번과 같은 일은 또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