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예종 전도연'으로 불렸던 배우 임지연(34)이 전설 전도연과 만남을 추억했다.
범죄 영화 '리볼버'(오승욱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에서 하수영(전도연)의 감시자인지 조력자인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정윤선을 연기한 임지연. 그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리볼버'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약속을 되찾기 위한 주인공의 직진 서사 위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며 촘촘하게 이야기를 직조해 나가는 범죄물로 여름 극장가 문을 두드렸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박연진을 시작으로 ENA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임지연은 '리볼버'에서 다시 한번 얼굴을 갈아 끼운 파격 변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임지연은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정윤선을 맡아 '리볼버' 전반 모호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로 활약한다. 무엇보다 임지연은 약속된 대가를 찾기 위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하수영 역의 전도연과 차진 케미스트리를 형성, 고요한 수영과 반대되는 톡 쏘는 매력을 발산하며 두 인물의 관계에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날 임지연은 "'리볼버'는 분량이 많지 않은 조연 롤이었다. 솔직히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농담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을 너무 좋아했고 팬이었다. 전도연과 오승욱 감독의 조합만으로 참여할 이유는 분명했다. 그들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들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고 고백했다.
이어 "원래 나는 캐릭터를 분석할 때 항상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굉장히 많이 분석하는 스타일인데 결국에는 '그냥 하자'가 됐다.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려고 했다. 그 부분이 지금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 같다. '리볼버'는 내게 처음으로 용기를 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원래 나는 굉장히 계산하고 연기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리볼버' 만큼은 현장의 공기와 하수영(전도연)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고 용기를 냈다. 솔직히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나 혼자 못하면 어쩌나 걱정과 불안을 가졌는데 그럼에도 그 안에서 처음으로 놀아볼까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용기가 심어졌다. 실제로 정윤선이라는 캐릭터가 직설적이다. 감정 표현도 두드러지는데 그런 부분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늘 가혹했다는 임지연은 '리볼버'를 통해 용기를 냈다는 후문. 임지연은 "욕심이 많아 스스로 좌절도 자책도 많이 한다. 셀프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그 시작점이 정윤선이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굉장히 행복감을 준 영화였다. 실제로 나는 자존감이 낮은 것 보다는 요상한 자격지심이 많다. '나는 많이 준비해야 해' '잘 하는 배우가 아니야' 등 스스로 자책하는 편이었다. 200%를 준비하면 그걸 다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더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 작품은 처음으로 내려놓게 됐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감동했다. 대단한 용기와 도전에 성취감을 느꼈다. '리볼버' 속 내 모습을 보면서 새로웠다. 늘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준비하지 않아도 만족감을 준 영화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산해서 연기 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잘 호흡하고 잘 녹아들어 감각적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너무 부러웠다. 아무리 분석을 열심히 하고 현장에서 내 것 연기만 했던 것 같다. 그게 늘 부족하게 다가와서 더 준비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리볼버'로 처음 알을 깨고 나왔다. 자신에게 칭찬하는 게 처음이었다. 항상 아쉬운 포인트만 이야기했다"며 "칭찬을 하나 더 해보자면 생각보다 내 모습이 예쁘게 나와 놀랬다. 정말 예쁘게 나오더라. 지창욱 오빠에게도 '나 너무 예쁘게 나왔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의상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준 것 같다. 의상과 얼굴 조합이 너무 좋더라"고 웃었다.
이어 "과거엔 나도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내 전작을 보려고 하고 그러한 흑역사를 보면서 정말 미치게 괴로운데 참고 본다.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엔 부족했고 연기를 못 했다. 잘 몰랐다. 사회성도 좀 떨어졌고 잘 어울려야 하는 작업을 잘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강렬한 역할로 데뷔하다 보니 그 현장에 어울리는 법을 몰랐고 내 매력도 몰랐다. 지금은 내 매력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솔직히 조각한 듯한 예쁜 얼굴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 송혜교 언니만 봐도 너무 그림 같이 예쁘지 않나? 그런데 나는 그렇게 예쁘지 않지만 대신 다양한 색깔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착해 보일 때는 엄청 착해보이고 악해 보일 때는 악해 보인다. 바보 같은 면도 있고 남자 같은 면도 있다. 목소리 톤도 나만의 다양함이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굉장한 장점이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감회도 특별했다. 임지연은 "자칭타칭 '한예종 전도연'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전도연 선배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나는 그때 학교에서 독립영화를 찍을 때였는데 전도연 선배를 보면서 스스로 '나는 전도연이야' '한예종의 여왕'이야라며 떠들고 다녔다. 전도연 선배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리볼버'는 나에게 너무 영광스러운 마음이다. 너무 행복했다. 전도연 선배를 보며 이걸 배우고 저걸 배우기 보다는 동경하던 선배와 인물 대 인물로 현장에 있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너무 멋있고 그녀가 걸어오는 길을 동경한다.
'리볼버'는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등이 출연했고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