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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롤랑가로스까지 '한주먹'…임애지, 세계 챔피언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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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11시 34분 튀르키예 선수와 복싱 여자 54㎏급 4강 맞대결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복싱 역사를 새로 쓴 임애지(25·화순군청)는 여자 복싱 54㎏급에서 '왼손잡이 장신 아웃복서'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손꼽힌다.
여느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복싱 역시 왼손잡이(사우스포)가 유리하다.
오른손잡이(오소독스)가 더 많기 때문에, 왼손잡이 복서와 상대하는 게 낯설기 마련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16강전과 8강전에서 임애지가 상대했던 선수들은 모두 '오른손잡이 인파이터'였다.
풋워크(발놀림)가 강점인 임애지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상대 선수와 간격을 유지하며 긴 리치로 점수를 쌓아 승리했다.
프로 복싱은 화끈한 KO 승리가 필요하지만, 아마추어 복싱은 굳이 KO를 얻어낼 필요가 없다.
기술적으로 상대 주먹을 흘려보내고, 정확하게 내 주먹을 적중해 포인트를 얻는 게 우선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3-2로 판정승해 동메달을 확보한 임예지의 준결승전 상대는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다.
임애지와 아크바시는 한국시간 4일 오후 11시 34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대결한다.
임애지가 동메달을 확보한 뒤 김호상 한국 복싱대표팀 감독은 "본인의 간절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12년 만의 한국 복싱 메달을 만들었다"면서 "다음 상대인 튀르키예 선수는 전력에 맞게끔 분석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임애지가 만났던 두 명의 '오른손잡이 인파이터' 선수와는 달리, 준결승 상대인 아크바시는 임애지와 똑같은 '왼손잡이 아웃복서'다.
2022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복싱연맹(IBA)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달았다.
게다가 아크바시의 신장은 172㎝로 임애지(165㎝)보다 7㎝가 크다.

'풋워크로 간격을 벌려 주먹을 넣는' 필승 공식을 준결승전에서도 그대로 활용하는 건 어렵다.
간격을 벌리면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임애지가 안으로 파고드는 변칙 전략을 택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마라톤 선수 출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교까지 육상을 하다 복싱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임애지는 빠른 발이 최고의 무기다.
상대와 간격을 벌리기 위해 활용하던 풋워크를 아크바시를 상대로는 간격을 좁히는 데 활용해야 승산이 있다.
임애지가 난적 아크바시마저 꺾고 은메달을 확보하면, 프랑스 테니스의 성지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임애지는 8강전을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는 지도자의 말에 "저는 세 번 이길 건데요"라고 답해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
임애지의 4강 대진표 반대편에는 방철미(북한)-창위안(중국)이 있다.
방철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애지를 16강에서 제압한 뒤 여자 54㎏급 금메달을 차지한 북한 복싱 영웅이다.
김호상 감독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임애지가 만약 북한 선수(방철미)와 올림픽에서 붙으면 이번에는 꼭 이길 것이라고 본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김광선, 박시헌 이후 금맥이 끊긴 한국 복싱에 임애지가 목표한 대로 금메달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