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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점 차 4위' 펜싱 최세빈 "내가 나를 더 믿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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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잡고도 메달 불발…"단체전에선 더 강해질 것"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제가 저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어요."
생애 첫 올림픽에서 드라마를 쓰며 개인전 4강까지 진입했으나 '단 1점' 차로 메달을 놓친 최세빈(전남도청)의 자책이었다.
최세빈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4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24위이며 국제대회에서 개인전에 입상한 적도 거의 없는 선수가 처음으로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준결승까지 오른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최세빈의 기세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을 성적이었다.
16강전에서 그는 세계랭킹 1위인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15-7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22·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자이기도 한 에무라는 일본의 개회식 기수를 맡을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상대가 나보다 잘할 수는 있지만, 즐기는 건 내가 더 즐겨야지'라는 마음으로 에무라와 맞섰다는 최세빈은 대표팀 동료 전하영(서울특별시청)과의 8강전에선 1-8 열세를 극복하고 15-12로 이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농 아피티-브뤼네(프랑스)와의 준결승,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두 지며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만 4차례 우승한 베테랑 하를란과의 대결에서 11-5까지 앞서다가 역전을 허용한 건 특히 마음에 남을 법한 일이다.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최세빈은 "즐기자고 했지만,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지 못하니 아쉽다. 이기고 있다가 잡혀서 더 아쉽다"고 곱씹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제가 불안해서 잘 풀어나가지 못해 메달에 닿지 못한 것 같다"고 자평한 그는 "올림픽 전에도 언니들은 다 '괜찮다, 좋다'고 하는데 저는 스스로를 의심했다. 제가 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173㎝의 장신으로 어릴 땐 무용을 하기도 했다는 최세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쌍둥이 언니인 최수빈(익산시청)과 함께 펜싱을 시작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펜싱에 유리하게 하고자 왼손잡이로 바꿨을 정도로 의지력이 남다른 최세빈은 강한 멘털이 장점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 정신력을 발휘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이번 대회는 '의심'을 거두고 전성기를 여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최세빈은 "올림픽에서 4등을 한 선수는 안쓰럽고 불행할 것 같았는데,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상위 랭커들과 맞붙어 본 것도 좋았다"면서 "남자 사브르 오상욱 선수가 파이널 피스트에 선 것을 보고 저도 서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리에 그 바람을 적었는데, 이뤄진 것도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4년 뒤에 다시 올림픽에 나온다면 그땐 의심하지 않고, 내가 나를 믿고 했으면 좋겠다"면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저를 믿으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세빈은 다음 달 3일 윤지수(서울특별시청), 전하영,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와 단체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뭉치면 더 강하다. 준비를 많이 했으니 동료들을 믿고 합심해서 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song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