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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요? 저 하타니인데요? 감독도 항복 선언, 쓰리번트 대신 담장을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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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번트 1차 시도 파울, 2차 시도 다시 파울. 그리고 담장을 넘기는 홈런. 하재훈의 기막힌 홈런이 승부를 바꿨다.

SSG 랜더스는 지난 28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3대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를 포함해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 스윕에 성공하면서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이제 다시 상위권이 보인다.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4회말 박성한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낸 SSG는 송영진의 5⅔이닝 무실점 호투와 뒤이어 등판한 조병현의 1⅓이닝 역투를 더해 1-0 리드를 쥐고는 있었지만, 점수차가 아슬아슬했다. 그러나 두산 투수들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하면서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달아나는 점수가 간절히 필요했던 7회말. 두산은 김명신을 마운드에 올렸고, SSG 선두타자 이지영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무사 주자 1루. 다음 타자는 8번타자 하재훈이었다.

이숭용 감독이 번트 사인을 내자 조동화 작전주루코치가 하재훈에게 전달했다. 1루주자를 안전하게 2루에 가져다놓고, 득점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하재훈은 펀치력이 있는 타자. 이런 찬스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는 유형이다. 하지만 올 시즌 타격 부진이 워낙 길게 이어지고 있는 와중이라 이숭용 감독은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했다.

그런데 초구 슬라이더에 번트를 시도했는데 3루수 앞에서 라인을 벗어나는 파울이 됐다. 방향은 나쁘지 않았는데 코스가 너무 빨리 꺾였다. 2구째 다시 사인이 났고, 이번에도 번트 지시가 나왔다. 하재훈은 같은 코스로 다시 번트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파울.

2S로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스리번트까지 지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 강공 전환. 번트는 사실상 실패였다. SSG 벤치 입장에서는 그 순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중계 화면에 번갈아 잡힌 이숭용 감독과 조동화 코치 그리고 타격을 준비하는 하재훈의 표정에서조차 아쉬움이 읽혔다. 이미 올 시즌 여러 차례 이런 작전 수행 능력에 있어 팀 전체가 고민이 많았던지라 모두가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3구째 강공 전환 후 다시 3루쪽 파울. 그리고 4구째. 김명신이 던진 141km 직구가 낮게 들어갔는데 하재훈의 걷어올리는 스윙 궤적에 완벽한 타이밍에 맞아떨어졌다. 타구는 쭉쭉 뻗어 랜더스필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이 됐다. 희생 번트가 갑자기 투런 홈런이 된 셈이었다.

타구가 넘어가자 이숭용 감독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상 그 순간만큼은 하재훈에게 두손 두발 다 든 셈이다. 그리고는 홈으로 돌아온 하재훈을 밝게 맞았다. 더그아웃에 있던 팀 동료들은 자신들의 홈런만큼이나 기뻐했다. 번트의 아쉬움을 날린 완벽한 투런. 마무리 투수에서 다시 타자로 전향한 '야구 천재' 하재훈의 진가를 보여준 웃지 못할 한 장면이었다.

결국 SSG는 하재훈의 홈런이 쐐기타가 되면서 두산을 꺾고 기분 좋게 한 주를 마무리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