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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원조 여고생 소총수' 여갑순 감독 "효진아, 장하고 또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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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으로 바르셀로나 금메달 딴 여갑순, 여고생 반효진 우승에 감격
대표팀 후보선수 감독으로 지도 "노래 자랑하면 먼저 손 드는 당찬 선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반)효진아 장하고 또 장하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여갑순(50)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갑순 감독은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딴 제자 반효진(16·대구체고)을 축하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 감독은 "(반)효진이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결선 진출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난 내심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라며 "무척이나 떨렸을 텐데, 부담감을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여갑순 감독은 서울체고에 재학 중이었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딴 '원조 여고생 소총수'다.
여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많은 유망주를 길러냈고, 대표팀 후보선수 전임 감독으로 반효진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여 감독은 "반효진은 지난 동계 훈련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태극마크를 달았다"라면서 "파리 올림픽에 가기 전엔 다녀와서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면 효진이가 좋아하는 마라탕과 탕후루를 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효진은 예전 사격 선수들과는 다르게 쾌활한 성격을 갖고 있다"라며 "휴식 시간에 노래자랑을 하면 먼저 손을 들고 자기가 하겠다고 할 만큼 당찬 성격을 갖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특유의 자신감과 대범함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은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에서 유독 고교생 여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여갑순 감독을 비롯해 2000 시드니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강초현도 당시 유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32년 전 바르셀로나 무대를 회상하던 여 감독은 "오히려 어린 나이가 큰 무기가 되는 것 같다"라며 "어리기 때문에 큰 무대에서 느끼는 부담이 덜하다"라고 말했다.

여갑순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한국 사격 대표팀의 선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 감독은 "그동안 한국 사격이 침체기를 겪었는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한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금메달을 딸 만한 후보 선수가 많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 최고 성적을 낸 건 2012 런던 대회로 당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땄다.
한국 사격은 파리 대회 첫날인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따고,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는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