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드론 몰카 현행범'으로 체포된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사실상 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쫓겨날 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드론 몰카촬영' 사건에 대해 승점 6점 삭감의 중징계를 받았다.
FIFA는 28일(한국시각)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승점을 6점 삭감하고, 캐나다 축구협회에는 20만 스위스프랑(약 3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당한 중징계다. 조별리그 토너먼트에서 승점 6점이 삭감되면 탈락이 유력해진다. 2021 도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여자축구 2연속 금메달을 노리던 캐나다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캐나다 여자축구 대표팀이 저지른 사건을 감안하면, 징계 수위가 과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건전하고, 순수한 '올림픽 정신'을 완전히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공공규범과 법에 비춰봐도 '범죄'인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무인항공기인 드론을 이용해 상대팀의 비공개 훈련을 몰래 찍었기 때문이다. 전력 분석을 위해 '몰카'를 사용한 것이다.
캐나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뉴질랜드 대표팀의 훈련장 상공에 드론을 띄워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훈련 장면을 촬영해 맞춤 전술을 짜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드론을 발견한 뉴질랜드 대표팀이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론을 조종하던 캐나다 대표팀 전력분석원이 체포됐다.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캐나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은 즉각 내부 징계에 들어갔다. 1차로 재스민 맨더 수석코치와 조지프 롬바르디 전력분석원을 즉시 퇴출했다. 이어 캐나다축구협회는 지난 26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뒤 추가로 버벌리 프리스트먼 감독의 직무 정지를 발표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워낙 전례가 없는 중대한 위법 행위이자 스포츠정신을 무너트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제 축구를 관장하는 FIFA가 징계를 내렸다.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에는 승점 6점 삭감, 협회에는 벌금, 그리고 프리스트먼 감독과 맨더 코치, 롬바르디 전력분석원에게는 나란히 1년 자격정지 징계까지 골고루 부과했다.
한발 더 나아가 2024 코파아메리카에 출전했던 캐나다 남자축구대표팀도 드론을 사용해 상대팀을 염탐했다는 게 드러났다. 캐나다 매체는 "남녀 대표팀 모두 수 년간 드론을 사용해왔다"고 보도했다. 한때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제시 마쉬 감독이 캐나다 남자대표팀 감독이다. 남자 대표팀에게까지 추가 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캐나다 여자대표팀은 '드론 몰카사건' 이후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러 2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FIFA의 승점 삭감 징계로 인해 '+3'에서 '-3'으로 바뀌었다. 2차전과 3차전에서 모두 승리해야 승점이 '+3'이 된다.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캐나다는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를 상대로 29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