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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절하며 떠난 그는 용병 아닌 가족...최고참 베테랑도 90도 허리 숙였다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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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한 살 많은 최고참 베테랑의 90도 작별인사를 받았다. 빗속에서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은 팬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큰절을 했다. 이런 용병은 없었고, 이렇게 슬픈 이별도 처음이었다.

케이시 켈리가 LG 트윈스와 작별했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가 켈리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LG가 대체 외국인 선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별을 통보받은 켈리는 두산과의 마지막 등판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고 LG는 고별전을 준비했다.



켈리가 마운드에 오르자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을 보냈고, 내야에 도열한 선수들도 박수를 보내며 켈리의 마지막 등판을 응원했다.

켈리는 3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LG는 오스틴의 투런포를 시작으로 일찌감치 6점을 뽑아내며 켈리에게 마지막 승리를 선물하려 했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한 시간 이상 지난 이후 그라운드 정비를 거쳐 재개를 준비했지만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서 끝내 노게임이 선언됐다. 1시간40분간의 대기를 하고도 다시 등판을 염원한 켈리의 소망도 빗물에 쓸려버렸다.

마지막 등판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빗속에서도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고, 켈리의 고별식 행사가 진행됐다.

그라운드에 켈리의 이름과 등번호 3번이 적힌 대형 유니폼이 깔렸다. 켈리와 작별 포옹을 하는 모든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 켈리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고별식 행사에 함께 한 아내도 구단이 준비한 켈리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팀 내 최고참 베테랑 김현수가 켈리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88년 생인 김현수가 켈리보다 한 살 더 많지만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김현수 역시 눈물을 흘렸다.

켈리는 장내 마이크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LG에서 보낸 시간들에 감사하는 작별 인사를 남긴 후 갑자기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팬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빗속에서도 끝까지 남은 팬과 고별행사를 준비해 준 LG를 향한 감사의 인사였다.

LG에서 보낸 6번의 시즌. 켈리는 KBO리그 통산 163경기 73승 46패 989⅓이닝 753탈삼진 평균자책점 3.25로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이자 '에이스'로 LG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