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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분간 경기중단→291분 빗속혈투' 정우주, 전주고에 창단 100년만 첫 청룡기 안겼다! 39년만의 전국대회 우승 [목동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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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주고가 창단 100년만에 처음으로 청룡을 품에 안았다. 1985년 황금사자기 이후 무려 39년만, 야구부 역사상 2번째 전국대회 우승이다.

정우주가 이끈 전주고는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를 14대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로 1시간44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등 말그대로 빗속 혈투였지만, 승리의 여신은 마침내 전주고를 향해 미소지었다.

전주고는 1925년, 마산용마고는 1936년 창단된 유서깊은 야구부다. 두 팀 모두 해체 후 재창단(전주고 1977년, 마산용마고 1963년)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양 팀 공히 창단 첫 청룡기 우승을 두고 겨룬 한판이었다. 특히 마산용마고는 창단 이래 첫 전국대회 우승 도전에서 또한번 좌절, 분루를 삼켰다.

경기전 주창훈 전주고 감독은 "시즌초 이마트배 결승에서 (덕수고에)너무 아쉽게 졌다. 학생 수도 적고 선수층이 얇은데, 청룡기 결승까지 올라와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면서도 "학교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이번 대회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마산용마고 진민수 감독은 "타선은 자신있다. 어린 투수들이 잘 뒷받침해줘서 결승까지 왔다. 승리를 거듭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점점 커졌다. 우승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고가 1학년 이시후를 선발로 내세운 반면, 마산용마고는 에이스 주태준을 선발로 전진배치했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마산용마고였다. 전주고 이시후는 큰무대 결승에 긴장한듯, 몸에맞는볼과 희생번트에 이은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를 허용하며 안타 하나 없이 선취점을 내줬다.

전주고는 즉각 에이스 정우주를 올렸다. 정우주는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지었고, 2회말 첫 타자 최민상까지 삼진 처리한 뒤 우익수로 빠졌다.

하지만 전주고는 다음 투수 박시현이 1사 후 우중간 3루타를 허용하자 다시 정우주를 등판시켰다. 정우주는 볼넷을 하나 내줬지만, 권희재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다시 불을 껐다.

전주고는 2회초 3점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서영준이 안타로 출루했고, 상대 폭투에 내야안타를 묶어 무사 1,3루가 됐다. 이어 김유빈의 3루 땅볼 때 홈송구가 주자에 맞고 빠지면서 1-1 동점이 됐다.

이어진 무사 2,3루에서 윤도연의 스퀴즈번트가 내야안타로 이어지며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진 찬스에서 박한결의 희생플라이로 3-1이 됐다.

전주고 타선은 3회초에도 3점을 추가하며 기세를 올렸다. 선두타자 이한림의 볼넷, 서영준-성민수-정석주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순식간에 6-1까지 달아났다.

양팀 전력 못지 않은 이날의 변수는 장마철을 맞이한 변덕스런 폭우였다. 정우주는 3회말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쾌투를 이어갔지만,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후 3시11분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44분만인 오후 4시55분 경기가 재개됐다. 지방에서 올라온 양팀 선수단, 응원단을 고려해 부슬비 속에 경기가 강행됐다. 다행히 경기 재개 직후 비가 그쳤다.

정우주는 이날 경기가 다음날로 서스펜디드 처리될 것을 대비해 투구수 45개만 채운 뒤 다시 우익수로 빠졌다.

전주고의 공세는 계속됐다. 4회초에는 1사 2,3루에서 전주고 4번타자 이한림이 좌월 3점포를 쏘아올렸고, 서영준의 안타, 성민수-김유빈의 1타점 적시타가 이어졌다.

전주고는 4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내줬지만, 6회초 최윤석의 2타점 적시타와 엄준현의 내야땅볼로 14-2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었지만, '친구'를 응원하는 고교야구다운 마음은 여전했다. 마산용마고 벤치와 관중석에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쉬지않고 폭풍 같은 응원이 계속됐다.

마산용마고도 전주고 투수진의 제구 불안을 틈타 여러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었지만, 한방이 아쉬웠다. 6회말 김주오의 적시타로 1점, 노민혁 타석에서 폭투로 1점을 추가했지만, 이어진 만루 찬스를 놓쳤다.

여유가 생긴 전주고는 백현호, 김서준, 송관우 등 다양한 투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결승전 무대를 경험케 했다. 8회말 마산용마고 김주오가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1점을 더 추가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우승의 순간을 장식한 투수는 역시 정우주였다. 정우주는 9회말 이날 3번째로 마운드에 올라 실점없이 경기를 마무리, 전주고에 사상 첫 청룡기 우승, 39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선물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