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홈경기 19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했다. K리그 '연속경기 홈 무패' 역대 공동 6위이자 1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포항은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2라운드 강원FC와의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동시에 열린 경기에서 울산이 광주에 패하면서 포항은 1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스틸야드에서 무적이다. 2023시즌 7월 8일 21라운드 울산전 0대1 패배가 마지막이다. 2023년 7월 16일 24라운드 제주전 4대2 승리를 시작으로 이날 강원전까지 홈에서 19경기 10승 9무승부다. 역대 1위는 FC서울의 22경기(2011년 6월 11일~2012년 8월 8일)다.
데이터부터 포항이 우세했다. 포항은 최근 강원전 5승 4무였다. 게다가 홈 18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이었다. 다만 박태하 감독이 지난 경기 퇴장을 당하면서 벤치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이 변수였다. 김성재 수석코치가 일일 감독대행으로 나섰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성재 코치는 "솔직히 부담이 된다. 우리가 무패를 달려오는 상황인데 감독님이 부재 중이시다. 제가 경기장을 지키게 됐는데 뭔가 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대비는 다 했다. 김 코치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 (감독님과)이야기를 나눴다. 시나리오를 많이 가지고 있다. 돌발상황에 제가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위권 순위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경기 전까지 1위 김천과 5위 수원FC의 승점 차이가 단 3점이다. 포항이 강원에 강했다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김 코치는 "강원은 올해 한결같이 준비가 잘 된 모습을 보여준 팀이다. 우리가 지난 맞대결 이겼어도 상당히 어려웠다. 강원 공격수들이 워낙 활발하고 빠른 선수들이 많아서 대처를 잘 해야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포항은 주전 스트라이커 이호재와 조르지를 모두 벤치에 대기시키는 깜짝 라인업을 꺼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선발 명단을 보고 놀랐다. 우리가 전방 압박을 강하게 하니까 뒤에 공간을 노리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성재 코치는 "체력적인 배려 차원이다. 우리는 누가 나가도 떨어지지 않는 스쿼드를 가졌다. 유연하게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이지 다른 큰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윤정환 감독은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윤 감독은 "우리가 전방부터 굉장히 압박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라인을 좀 내릴 계획이다. 포항이 어떤 의도로 나올지 예상은 되는데 경기는 해봐야 안다"고 신중하게 예측했다.
윤정환 감독은 세트피를 강조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 때일 수록 세트피스를 잘 살려야 한다. 그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 말대로 강원은 경기 초반 코너킥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골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포항을 아찔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전반 6분과 13분 강원 이유현의 헤딩 슈팅이 포항 골문을 향했다. 처음에는 크로스바를 맞혔고 두 번째는 수비에 막혔다.
포항은 전반 15분 만에 미드필더 한찬희가 부상으로 빠지는 변수를 맞이했다. 어정원이 급히 교체 투입됐다. 포항은 아껴둔 이호재를 후반 시작과 함께 출격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포항은 후반 5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강원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강원 풀백 황문기가 중앙수비수 강투지에게 건낸 백패스가 부정확했다. 포항 이호재가 적극적으로 압박해 박스 안에서 볼을 탈취했다. 이호재는 뒤에 자유롭게 있던 미드필더 오베르단에게 패스했다. 오베르단이 골키퍼와 맞선 찬스에서 침착하게 골을 뽑았다.
포항은 후반 30분 쐐기골을 폭발했다. 측면 크로스에서 흐른 공을 강원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포항 윤민호가 몸싸움 끝에 공을 빼앗아 터닝슛으로 강원의 골망을 갈랐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