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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m 시승기] 높은 완성도에 기교를 더하다..KGM 더 뉴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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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당시 쌍용자동차는 중형 SUV 토레스(Torres)를 출시했다. 당시 중형 SUV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상대들이기다리고 있었다.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 르노 QM6 등이다.토레스를 맞이하는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전 예약 개시 2주 만에 2만7000대 계약을 달성했다. 2015년 소형 SUV 티볼리 이후, 7년 만에 쌍용차가 날린 카운터펀치였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쌍용차는KG그룹을 만나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토레스는 출시 2년을 맞아 부분변경을 진행했다. KG모빌리티를 만난 후 첫 변화인 만큼많은 기대가 모였다.

토레스는 출시 당시부터 외관 디자인호평이 많았다. 도시 소비자를 타깃으로 얌전해 보이는 유선형 SUV가 대세인시장에서 투박하고 다소 터프한 정통 SUV 스타일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차별화한디자인만으로 호평받은 건 아니다. 쌍용차의 헤리티지까지 이어받았다. 쌍용차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출시된 '뉴 코란도', '코란도 훼미리' 등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디자인호평이 많아서일까. 2년 만에 선보인 부분변경 모델이지만외관의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달라진 점은 트렁크 리드에 붙은 레터링뿐이다. 쌍용(SSANGYONG)에서 KG모빌리티를 상징하는 'KGM'으로 교체됐다. 첫 출시 당시토레스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역으로 반가울 소식이다.

토레스 디자인은 출시 2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신차 냄새가 난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얼굴로 가다듬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제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전·후면 어디에서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찾을 수 없다는 점 역시 토레스 디자인의 유니크함을 더해준다.

2년 만에 부분변경으로 돌아왔지만, '헤드램프 눈 쌓임 문제'는 해결하지 않았다
외관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부분변경에서 별다른 변화점을 갖지 않았다는 건 납득할 수 있다. 상품성이 좋은 부분은 유지하고 상품성이 부족했던 부분에 집중하는것이 부분변경의 정석이다. 다만토레스는 소비자에게 지적받은 '설계 결함'까지고치지 않았다.

토레스 헤드램프는유리실드 없이 움푹파여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봄·여름·가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겨울철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헤드램프 안쪽으로 눈이 쌓인다. 야간 고속도로 주행 시운전자는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사고로이어질 수 있다.

KG모빌리티 역시 해당 설계 결함을인지하고지난해 9월'I Remember You' 캠페인을 통해 헤드램프에 장착할 수 있는 '탈부착형 커버'를 무상 제공했다. 이런 캠페인은 진정성 있는대처로 국내 소비자에게 감동을 줬다.

설계 결함을 빠르게 인정했다. 이어 소비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처할 것을 약속했고 이를 지킨 좋은 사례를 남겼다. 다만 부분변경 모델에서 이런 문제를 수정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별도의 커버를 직접 장착 및 탈거하는 건 소비자가 매년 겨울마다 겪어야 하는불편함이 됐다.

더 뉴 토레스 부분변경의 주안점은 실내 디자인이다
외관상 '부분변경' 티가 나지 않지만, 차 문을 열면 부분변경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부분변경을 넘어 완전변경 수준의 환골탈태를 이뤘다.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다. 크기가 각각 12.3인치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디스플레이를 커브드로 배치했다.

디스플레이 품질은 나무랄 때 없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터치 반응도 굼뜨지 않는다. 토레스 출시 당시 아쉬움으로 지적되던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유선 연결을 통해 지원한다.

기어 시프터는 플로팅 콘솔에 토글식으로 자리했다. 기어 시프터와 변속기 사이 기계적 연결 없이 전자 제어로 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SBW)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기계식 기어 레버가 있던 자리를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를 상단에서 하단으로 쓸어내리면 차량 기능 조작부가 나타난다
공조장치 조작 메뉴에 차량 기능 조작 가 담긴 건 사용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급격한 변화에 따라 나타난문제도 있다. 기존 토레스는 8인치 공조 통합 컨트롤러를 탑재했다. 8인치 공조 통합 컨트롤러는 공조 장치 조작뿐 아니라 트렁크 개폐 버튼, 오토 홀드 버튼, 스탑앤고 버튼, 드라이브 모드 버튼 등을 담았다.

이번 부분변경으로 8인치 공조 통합 컨트롤러의 기능이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됐다. 기존보다 깔끔한 실내 디자인을 연출했지만 운전자는 공조 장치를 조작하기 위해 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 작동 방식은 '터치'로 기존과 같다. 항상 같은 위치에있지 않아 직관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UI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차량 기능 조작 메뉴다. 공조 장치 조작 메뉴에 차량 기능 조작 키가 함께 담겨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역으로 기존 토레스에 탑재된8인치 공조 통합 컨트롤러가 그리워진다.

2열 공간은 광활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703L이며, 2열 시트까지 접으면 1662L까지 확장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못해 광활하다. 키 176cm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세 개가 들어간다.머리 공간도 주먹 두 개가량이 넉넉히 들어갔다. KGM은 중형 SUV라고 칭하지만 사실상 직접경쟁상대가 투싼, 스포티지 같은 준중형 SUV인만큼 넓은 2열 공간은 토레스만의 강점이다.

2열 탑승객을 위한 공조 장치도별도로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2열 시트 등받이 조정을 지원해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03L,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1662L까지 확장할 수 있다. 또한,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바닥이 제법 평평해져서 차박에도 문제가 없다. 특히 뒤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루프 라인 덕에, 2열 시트를 폴딩하고 앉았을 때불편함 없는 거주 공간을 뽐낸다.

강릉으로 향하는 도중, 원주 방향 양평휴게소에 들렀다

시승 코스는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하루짜리코스다. 시동을 걸면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이 깨어난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엔진으로부터 스티어링 휠을 타고 올라오는 잔진동이 느껴지지만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중형 SUV에고작 1.5L엔진이라니"라는 의심과 함께 가속 페달에 발을 얹었다. 의외의 가속력에 눈이 커진다. 1단과 2단의 기어비를 촘촘하게 세팅한 덕에경쾌하게 튀어나간다. 다만 경쾌한 가속은 120km/h까지다. 120km/h를 넘어서는 순간, 가속력이눈에 띄게 줄어든다. 힘겹게 184km/h까지 찍어봤다.

토레스는각진 디자인이라 고속에서풍절음 걱정이 컸다. 그러나, 180km/h 부근에서도 정숙성이 상당히 좋았다. 속도를 줄이고 운전석 창문을 내려보니역시나 이중접합유리다.

토글식 기어 쉬프터와 6단 자동변속기는 아쉬움을 남긴다
승차감과 고속 안정성이기대이상이다. 서스펜션은비교적 단단하게 조여 탄탄한 하체 감각을 보여준다. 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는 부드럽게 느껴지지만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가면 노면 위의 자갈 모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610kg공차중량으로하체를 짓누르며고속안정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첫 번째 행선지에 도착했더니평균 연비는 8.5km/L가 나왔다.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쥐어짜며 가속한 탓이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도 한몫 더한다. 고속 항속 시7·8단이었다면 더 나은 연비를 보여줬을 것 같다.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했더니 두 자리는 손쉽게 기록했다.

더 뉴 토레스의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 피로도를 크게 낮춘다
예상치 못한 불편함은 주차를 할 때 나타났다. 후진을 위해 토글식 기어 쉬프터를 앞으로 밀고가속 페달을 밟자 RPM만 치솟았다.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기어는 중립(N)에 물려있다. 드라이브(D) 기어에서 후진(R) 기어를 물리려면 토글 스위치를 두 번 연속 밀어올려야 한다. R에서 D로 전환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로 복귀할 때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했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이라 명명한 KG모빌리티의 ADAS 시스템은 차선 중앙 유지, 후측방 충돌 방지 경고 등을모두 포함했다. 완성도가 상당히높다. 선행 차량을 정확히 인식하고 부드러운 가감속으로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이 다소 산만하게 배치돼 작동 방법이 복잡한 게 아쉽다.

토레스 디자인은 비포장도로과 잘 어울린다
기존 쌍용 토레스는기본기에 집중해 수준 높은 완성도로 소비자에게 매력을 어필했다. 반면KG모빌리티 더 뉴 토레스는 완성도 높았던 기존작에 기교를 더해 소비자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그리고 그 기교에는 KG모빌리티의 색채가 듬뿍 담겼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꾸민 실내와 과감하게 삭제해 버린물리 버튼에서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다.KG모빌리티가 만들고자 하는 자동차가 무엇인지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가 탑승객을위한 변화였는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교가 더해져 상품성이 개선된 부분만큼 탑승객의 불편이 더해진 부분도 꽤 크다. 소비자는 'I Remember You'를 외쳤던 KG모빌리티를 기억한다. 소비자의 불편에 귀 기울이고사소한 문제를 손봐야 할 때다.

더 뉴 토레스는 국내 SUV 시장에서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다. 경쟁자가 하나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무장하고 있지만 200만원 이상 오른 하이브리드가격은 오롯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 뉴 토레스는 풀옵션을 하고도 3000만원대다. 중형 SUV로서의가치가 충분하다.1.5L 엔진 탑재로 챙긴 저공해차 인증은 덤이다.

한 줄 평
장 점: 3000만원대 중형 SUV의 가치..싹 바뀐 실내 디자인
단 점: 인포테인먼트 UI의 사소한 불편함..헤드램프 설계는 그대로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