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22~2024시즌, 3년간 연속해서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는 김광현(SSG) 양현종(KIA) 박세웅(롯데) 원태인(삼성) 그리고 오원석(SSG) 뿐이다.
김광현, 양현종, 박세웅, 원태인은 팀의 '에이스'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꾸준히 성적을 기록해온 선수들이다. 이중 좌완 선발 투수는 김광현, 양현종, 오원석 밖에 없다.
분명히 오원석은 성장하고 있다. 입당 당시부터 주목 받았다. 야탑고 졸업 후 2020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의 1차지명으로 입단해, 이듬해 1군에서 110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2022시즌부터 본격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2022시즌 144이닝, 2023시즌 144⅔이닝을 던졌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데뷔 2년차였던 2021시즌 110이닝을 던지면서 7승6패의 성적으로 가능성을 남겼던 오원석은 2022시즌 6승(8패), 2023시즌 8승(10패)에 그쳤다. 선발 자원을 너무나도 간절히 키우고 싶은 팀 사정상, 오원석은 계속해서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꾸준함이 부족했다. 되나 싶으면 부진, 되나 싶으면 다시 부진. 리그 전체적으로 20대 좌완 선발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원석은 아시안게임 엔트리 승선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올 시즌은 더 중요했다. 제 2의 김광현이 될 재목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정말 김광현의 특급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김광현의 국내 복귀 후 비시즌이면 함께 해외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끔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각종 용품도 아낌없이 준다. 밥도 수 없이 많이 사주면서 조언과 잔소리를 넘나드는 선배이자 선생님 역할을 맡고 있다.
오원석도 이런 선배의 기대 뿐만 아니라 구단의 기대, 팬들의 기대를 알고 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더이상 정말 못하면 안된다. 이제 진짜 잘해야 한다"며 절치부심 했다. SSG는 외국인 투수들과 김광현, 오원석까지 4선발을 고정한채 시즌을 출발했다.
오원석의 올 시즌도 생각대로만 풀리지는 않았다. 고질적인 급작스런 제구 난조를 극복하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기 위해 시즌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다. 오원석은 올해 커브 비중을 늘려 주 사용 구종이 늘어나고, 타자와의 수싸움에서도 한층 유리해졌다. 커브의 퀄리티가 높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또다른 난관이 생겼다. 1~3회에는 '언터처블'이었다가 4~5회를 넘어서면 갑자기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실제로 차이가 났다. 구위나 체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구속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4,5회만 넘어서면 팔 각도가 좋을 때에 비해 조금씩 떨어지는 현상이 포착됐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잘 던지다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반복됐다. 분명 작년보다 좋은 경기를 하는데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오원석 자기 자신도 원인을 알고 있다. "멘털 문제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원석은 "생각이 자꾸 많아진다. 생각 안하고,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하는데 자꾸 점수를 안주려다 보니 볼이 많아지고, 볼이 많아지니 다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의 반복이다. 이게 쉽게 잘 안된다. 어려운 것 같다. 템포 등 변화를 주면서 극복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숭용 감독도 이런 오원석이 겪는 성장통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내려오게끔 잡고 있다. 6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사구 무실점으로 준수한 투구 내용을 남긴 후 SSG가 1-0으로 앞선 6회말을 앞두고 투수를 노경은으로 교체했다. 승리 투수 요건은 갖춘 상태. 후반 동점을 허용하며 오원석의 승리는 불발됐지만, 5회 1사 2루 위기를 넘긴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에이스' 선발 투수를 키우는게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 오원석도 지금 이렇게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면서 기회를 받는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솔직히 지금까지의 결과는 저의 기대에는 많이 못미친다. 아프지 않고 계속 로테이션을 도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거에 대한 생각은 딱히 없다. 그냥 좀 최대한 많이 이겨보고 싶다.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갈망을 드러냈다.
빠른 속도는 아닐지라도 분명 성장하고 있다. 선배 김광현처럼 '데뷔 하자마자 에이스'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시행착오들을 극복해낸다면 '역경을 발판삼아 성장한 에이스'는 충분히 될 수 있다. 최고의 환경이 만들어져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