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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대신 권총…천문학자 꿈꾸던 조영재, 파리 올림픽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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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올림픽 출전…속사권총과 10m 공기 권총 출격
"다섯 개의 표적 빠르게 쏘는 속사권총에 매력"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어렸을 때부터 하늘 보기를 좋아했던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는 요즘 망원경 대신 권총 조준경에 초점을 맞추는 재미에 푹 빠졌다.
빠른 속도로 25m 거리의 표적 5개를 연달아 쏴야 하는 속사권총이 주 종목인 조영재는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총 5차례 열린 대표 선발전 가운데 두 번 우승한 조영재는 4개 대회 성적을 합산한 결과에서 '한국 속사권총 간판'이자 우상인 송종호(34·IBK기업은행)까지 제쳤다.
2장이 걸린 속사권총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1위로 당당하게 획득한 조영재는 지난 2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이라고 해서 다른 대회랑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똑같이 마음 편하게 하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큰 기대 없이 대표 선발전을 준비했던 조영재는 막상 통과하고 난 뒤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앞섰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 사격 속사권총은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다음 달이면 병장으로 진급하는 조영재는 만약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면 원래 전역일인 올해 9월 19일보다 일찍 병역을 마칠 수 있다.
조영재는 "아무리 전역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해도, 메달을 딴다면 곧바로 전역해서 나올 것"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파리 올림픽에 함께 출전하는 선배 송종호는 조영재의 우상이다.
조영재는 "종호 형은 같이 쏘는 것만으로도 훈련에 도움이 된다. 어떤 때나 모든 것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이뤄낸다는 게 대단하다. 정말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파리 올림픽 목표도 다른 나라 선수를 이기는 것보다 먼저 선배 송종호를 앞지르는 것이다.
조영재는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는 않다. 그냥 종호 형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형이 제일 잘하니까 형만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조영재는 이번 올림픽에 속사권총과 10m 공기 권총까지 개인전 두 종목에 출전하고, 혼성 권총 단체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발씩 쏘는 10m 공기 권총보다는 순식간에 쏘는 속사권총이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조영재는 "다른 종목은 한 발씩 쏴야 하는데, 속사권총은 직접 총을 움직여가며 다섯 개의 표적을 긴박하게 다 쏴야 한다. 경기도 금방 끝난다"고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10m 공기 권총은 경기 시간이 1시간이라면 속사권총은 10분이면 끝난다. (짧은 시간만) 바짝 긴장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는 형을 따라서 사격장에 갔다가 사격 선수의 길을 걷게 된 조영재는 공부하는 걸 즐기는 학생이었다.
만약 사격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천문학자가 됐을 거라고 말할 정도다.
조영재는 "지금도 천문학은 좋아한다. 별도 많이 보고, 유튜브나 이런 거로 (인류 최대 규모의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의 새로운 사진도 찾아본다. '안될과학'이라는 채널도 즐겨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껏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도 화성을 배경으로 한 '마션'이다.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지구로 살아 돌아오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조영재는 파리 올림픽에서 험난한 고비를 넘겨 웃으면서 한국에 돌아오는 걸 꿈꾼다.
조영재는 "기본적으로는 포기하지 않고 경기 완주하는 게 목표다. 허둥거리는 모습보다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