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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패싱→마스터스행' 회장님은 왜 갑자기 '자화자찬' 나섰을까[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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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께 올리는 글.'

4월 30일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공식 홈페이지엔 이런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김원섭 KPGA 회장.

김 회장은 취임 120일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까지 추진해 온 사업들을 열거했다.

대회 부문에선 올 시즌 KPGA투어를 비롯해 2부인 챌린지투어와 시니어 대회인 챔피언스투어 상금 규모가 늘어난 점을 어필했다. 특히 KPGA투어 총상금이 처음으로 250억원을 돌파한 것을 거론하며 PGA(미국프로골프)투어와 DP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와 협상을 통해 연간 3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얻은 점을 두고는 'KPGA 투어가 아시아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위상을 증명하는 쾌거'라고 자평했다.

협회 부문에선 회원들에게 골프백을 지급하고 호텔, 골프장, 골프 스튜디오 창업 지원을 이룬 부분을 거론했다. 대회 참가 신청 시 서버 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했으며, KPGA 창립 당시 로고도 복원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저를 포함한 제19대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된 첫 해"라고 강조한 뒤 "지난해 11월 회장 선출된 그 날의 초심을 가다듬으며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속에 간직하겠다. 추후에도 투어와 협회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회장으로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원 여러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PGA투어는 지난달 11~14일 제19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을 통해 막을 올렸다. 28일 막을 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가 치러졌다. 이미 시즌이 시작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회장이 전체 회원에게 그간의 성과를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올린 건 다소 생뚱 맞게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협회 안팎의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투어 개막전에 불참했다. 당시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공식 초청을 받았고, 이 곳에서 PGA, DP월드투어를 비롯해 아시안투어와 호주-일본 투어 수장 및 관계자들과 만남을 진행하며 국내 투어 이익 극대화 및 글로벌 골프 업계 동향 파악을 이유로 들었다. KPGA 측은 김 회장의 개막전 불참에 대해 "오거스타 내셔널과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인 만큼 협회의 미래를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내에선 스폰서 및 관계사, 회원인 선수가 한 자리에 모이는 개막전에 회장이 해외 투어 참관을 위해 불참하는 게 맞는지에 물음표를 띄웠다. 김 회장 측이 마스터스 방문에 앞서 개막전 스폰서사 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으나, 회원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데 대해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은 마스터스 참관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각계를 돌고 있다. 그러나 KPGA 안팎에선 김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과를 올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시 김 회장은 직원 대동없이 혈혈단신으로 현장을 찾았다.

올 시즌 KPGA투어는 김 회장 설명대로 역대 최고 상금 규모로 펼쳐진다. 그러나 신설된 7개 대회 중 KPGA 자체 대회가 4개(KPGA클래식, KPGA파운더스컵, KPGA선수권대회, KPGA투어챔피언십)다. 스폰서 유치 없이 협회 자체 예산으로 대회를 운영하고, 상금도 지불한다. PGA, DP월드투어로부터 연간 30억원을 받는 대가로 그동안 120명의 국내 선수가 출전할 수 있었던 제네시스챔피언십, 55명이 출전 기회를 얻었던 DP월드투어 코리아 챔피언십은 출전기회가 확 줄어들었다.

김 회장의 글을 읽은 골프계 한 관계자는 "마스터스에서 빈 손으로 돌아온 회장이 갑작스럽게 성과를 늘어놓는 게 과연 무엇을 뜻하겠나"라며 "KPGA 대회만 늘어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회 증가가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회장의 글엔 마스터스 토너먼트 방문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국내 투어 이익 극대화 및 글로벌 골프 업계 동향 파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내용도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