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시즌 초반 적응 과정은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변화구에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꾸준히 안타를 터뜨리며 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기본적으로 리드오프로 기용하면서도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낼 때는 간혹 3번타순으로 옮겨 준다. 이정후를 타순의 주요 위치에 포진시키며 신뢰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정후의 타격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선발 키튼 윈(6이닝 3안타 1실점)의 호투와 3회 찬스에서 3점을 획득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3대2로 승리했다. 마무리 카밀로 도발이 9회 살짝 불안한 피칭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투타 밸런스가 돋보였다.
이정후가 승리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이정후는 3회말 3득점하는 과정에서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선두 타이로 에스트라다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2-0으로 리드를 잡은 가운데 타일러 피츠제랄드가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이정후가 상대 선발 재러드 존스의 한복판 88.2마일 체인지업을 통타해 105.1마일(169㎞)짜리 총알같은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찬스를 무사 1,3루로 확장했다.
현지 중계진은 "4타자 연속 안타가 나왔는데, 값싼 것은 하나도 없다. 브레이킹볼이 이번에도 높았다. 이정후처럼 맞히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공격 흐름에 동력을 더 넣어줬다. 홈런, 홈런, 싱글, 싱글 순"이라고 전했다. 이정후의 안타로 샌프란시스코의 공격 짜임새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피츠제랄드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3-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날 경기 후 '자이언츠는 3회에 3득점했다. 에스트라다와 야스트렘스키의 백투백 홈런에 이어 피츠제랄드와 이정후가 연속 안타를 날리자 웨이드가 희생플라이를 쳤다. 자이언츠는 최근 10연전서 6승4패를 호조를 보이며 승률 5할에 가까워졌다'며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4차례 시리즈에서 한 번도 루징시리즈를 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밥 멜빈 감독은 "우리 팀이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성적이 말해주지 않는가"라면서도 "그러나 고무적인 경기를 하고 있다.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고 있고, 모든 선수들이 각자 괜찮다고 느끼는 시점이 있다. 위닝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다들 열심히 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4타수 1안타를 친 이정후는 타율이 0.270에서 0.269(104타수 28안타)로 조금 떨어졌다. 2홈런, 7타점, 13득점은 그대로 유지했고, 출루율(0.333), 장타율(0.356), OPS(0.689) 모두 하락했다.
다른 기록들을 보자.
득점권 타율이 0.211(19타수 5안타)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 팀 득점권 타율 0.235(217타수 51안타)보다 낮은 상황이다. 아무리 테이블 세터라고 해도 득점권 타율이 일정 부분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지난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투런홈런을 날린 뒤 이날까지 7경기 연속 타점을 보태지 못했고 득점도 하나 밖에 없다. 타율이 0.289로 3할을 바라보다 떨어지는 추세다.
베이스볼레퍼런스 WAR도 0.4로 팀내 주전 타자들 가운데 6위에 불과하다. 타율은 팀내 4위, OPS는 6위다. 출루율과 장타율 자체가 크게 떨어진다. 문제는 출루율이다. 이정후의 경우 볼넷이 10개로 많은 편은 아니다. 3할대 후반의 출루율을 올리려면 수시로 걸어나가거나 타율이 3할은 돼야 톱클래스다.
득점권 타율과 출루율이 좀더 상승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