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뻔뻔함의 극치였다. 한국축구를 망친 위르겐 클린스만 전 A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또 다시 선수탓이었고, 또 다시 자화자찬이었다.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23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의 세르부스TV 스포츠 토크쇼에 출연했다. 안드레아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도 함께 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를 돌아보며, 한국 대표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눈길을 끈 것은 역시 '탁구게이트'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국축구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두 영웅'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충돌,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휘청였다. 이로 인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것은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전격 경질되는 등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한순간에 밉상으로 전락한 이강인은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도 이강인을 안았다. 이강인은 다른 선배들과 동료들에게도 연락해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도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결국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예선전을 통해 다시 손을 잡았다.
아픔이 이제 겨우 씻기나 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생채기에 다시 소금을 뿌렸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 때문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고 했다. 한국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대2로 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파리에서 뛰는 젊은 선수(이강인)가 토트넘의 주장인 나이 많은 선수(손흥민)에게 무례한 언행을 했다"며 "그걸 마음에 담아둔 둘이 물리적인 충돌을 했다. 젊은 선수가 손흥민의 손가락을 탈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날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서 '팀 정신'이 사라졌다. 코칭스태프 모두 그것(물리적 충돌)을 믿을 수 없었다. 이튿날도 대화했지만 모두 충격을 받아 더 이상 '함께'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서 배운 건 항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틀렸을 때조차도 옳다고 인정받는 것이다. 나이랑 직관적으로 관련있는 문화였다"며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클린스만은 자신이 억울하게 경질됐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아시안컵 4강은 지난 15년 동안의 한국의 최대 성과였다"며 "한국 문화에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했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를 위해서 필요했고, 결국 감독의 책임이었다. 우리는 그런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과 달리, 한국은 지난 2015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2년 동안 한국에 대해서 배웠다. 그래서 난 한계가 있지만 단어로 된 한국의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힘든 결말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코칭스태프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걸 원했다. 그래서 난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강렬한 1년이었고, 경험을 쌓았다. 다른 코치들과 함께 유럽으로 가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돌아다녔다. 다른 유럽에 있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모든 곳을 다녔다. 한국 선수들은 잉글랜드, 독일 등에서 흩어져서 뛰고 있다. 그래도 좋았다. 난 1년 중 하루도 빼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정말로 일을 계속해나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한국은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를 정도의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택 논란, 외유 논란, K리그 외면 논란 등은 여전히 그에게 딴 세상 이야기였다. '클린스만이 계속 한국축구를 이끌었다면' 어땠을지, 정말이지 아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