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별이 된 유상철이 함께 숨을 쉰 그라운드에는 감동과 환희가 물결쳤다. 울산 HD가 결승 진출의 첫 문턱을 넘었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영상으로 축하했다.
울산이 2025년 32개팀 출전으로 확대, 개편되는 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울산은 1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의 2023~2024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서 이동경의 천금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신승했다. 결승 진출에 앞서 '마의 고지'를 넘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배정된 클럽 월드컵 출전 티켓은 4장이다. 2021년과 2022년 ACL 우승팀인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우라와 레즈(일본)가 2장을 챙겼다. 남은 두 장은 2023~2024시즌 ACL 결과로 결정된다. 이번 시즌 우승팀과 4년간 ACL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연맹 랭킹'에서 우승팀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는 팀이 마지막 남은 티켓을 거머쥔다. 1위 알힐랄은 클럽 월드컵 티켓을 이미 확보했다. 울산이 2위를 확정지었다. 81점을 기록, 8강에서 울산에 덜미를 잡힌 전북(80점)을 뛰어넘었다. ACL에서 승리한 팀은 3점, 무승부한 팀은 1점 그리고 다음 라운드 진출하면 3점이 부여된다. 다만 전북에도 문이 열려 있다. 울산이 ACL 정상에 오르면 전북에도 티켓이 돌아간다.
울산과 요코하마의 4강 2차전은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24일 열린다. 1차전에서 승리한 울산은 비기기만해도 결승에 진출한다. 이번 시즌 ACL에는 4개팀만 살아남았다. 동아시아의 울산과 요코하마, 서아시아의 알아인(아랍에미리트), 알힐랄이다. 동·서아시아의 지존이 결승에서 충돌한다.
29일 상무 입대를 앞둔 이동경은 '절정의 폼'이다. 그는 K리그에서 올 시즌 첫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그는 4경기에서 4골-2도움을 기록,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그는 이번 달에도 2골-2도움을 추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경기 기대만발, '미친 왼발'이 또 폭발했다. 이동경은 전반 20분 골망을 흔들었다. 이명재가 크로스한 볼을 주민규가 잡아 내줬고, 이동경이 왼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췌장암 투병 끝에 2021년 6월 7일 유명을 달리한 유상철도 초대됐다. 그는 울산은 물론 요코하마의 레전드다. 울산 선수들은 유상철 추모 티셔츠와 머플러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킥오프 전 추모 영상이 경기장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렀다. 요코하마 팬들은 일본어와 한글로 혼합 표기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우리가 이어받자 유상철형과 함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유상철은 울산에서 배번 6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킥오프 후 전반 6분에는 1분간 추모 콜과 박수 응원이 이어졌다. 울산 팬들은 대형 걸개와 함께 '포기하지 않는 유상철과', '푸른파도와 유비는 언제나 함께해'라는 플래카드로 추모했다.
다만 한 골이 터진 것은 못내 아쉬웠다. 울산은 후반 22분 주민규, 23분 이동경의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26분 주민규의 헤더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뒤이어 터트린 골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한 골차 승리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운명은 7일 후 결정된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