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시 내공의 힘은 어디 가지 않는다.
'새내기 감독'들의 돌풍이 거세다. 올 시즌 K리그1, 2 선두팀의 공통점은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감독들이라는 점이다. K리그1에서 깜짝 1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2 유일의 무패 선두팀 FC안양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사령탑을 교체했다. 포항은 '팀의 본체'라고 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나며 '레전드' 박태하 감독을 선임했다. 안양 역시 터줏대감 이우형 감독이 테크니컬 디렉터로 보직을 조정하며, 그의 오른팔이었던 유병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포항은 '디펜딩챔피언' 울산 HD와의 개막전에서 0대1로 패했을뿐, 이어진 6경기에서 5승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 라운드에서는 그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서울을 원정에서 4대2로 꺾었다. 제카, 그랜트, 김승대 고영준 하창래 박승욱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떠나며 생긴 우려를 불식시키고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다. 특히 포백이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리그 최소 실점(6실점)을 자랑하고 있다.
안양 역시 놀라운 결과를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5승1무로, 개막 후 무패를 질주하고 있다. 리그 최다 득점(13골)에 최소 실점(5실점)이라는 완벽한 밸런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 몇년과 달리,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지만, 공들여 영입한 단레이와 마테우스, 김운이 13골 중 9골을 합작하는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이 단단해진 모양새다. '선수비 후역습'을 강조한 유병훈식 '꽃봉오리' 축구가 빠르게 녹아내렸다.
두 감독은 그간 쌓은 내공을 제대로 폭발시키고 있다. 1968년생 박 감독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K리그에 입성했다. A대표팀 수석코치, 서울 수석코치, 중국 슈퍼리그 옌벤 감독, 중국 U-19 여자대표팀 감독을 거쳐, 최근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기술위원장으로 지내며 K리그1, 2를 유심히 지켜본 것이 큰 힘이 되는 모습이다. 상대 전술, 전략을 파악하고, 흙속의 진주를 찾았다. 이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자신의 시간을 만든 박 감독은 초반 엄청난 지도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 감독도 준비된 지도자다. 안양의 창단 멤버 중 하나였던 유 감독은 이우형, 이영민 부천FC 감독 등을 보좌했다. 이후에도 아산 무궁화, 서울 이랜드, 19세 이하(U-19) 대표팀 코치를 거친 그는 202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안양의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10년 이상 코치로 활약하며 준비를 마친 유 감독은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이고 있다.
이 둘 외에도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무대에 발을 들인 김은중 수원FC 감독과 김현석 충남아산 감독도 연착륙에 성공했다. 수원FC는 현재 K리그1 8위, 충남아산은 K리그2 5위를 달리고 있다. 김은중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부터 차근히 단계를 밟으며 프로에 들어왔고,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현석 감독은 돌고돌아 뒤늦게 프로 벤치에 앉았다. 김은중 감독은 수원FC의 수비를 바꾸며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김현석 감독 역시 충남아산만의 빠른 역습 축구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 모습이다. 확실히 경험의 힘은 무섭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