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4리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죠."
이창엽 진주시민축구단(4부) 감독이 17일 오후 7시 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대전하나(1부)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를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진주시민은 현 코리아컵, 구 FA컵 3라운드에 출전하는 24개팀 중 유일한 4부팀이다. 이번 3라운드 24개팀은 K리그1(1부) 8팀, K리그2(2부) 12팀, K3리그(3부) 3팀, K4리그(4부) 1팀으로 구성됐다. 진주는 2라운드에서 2부 충남 아산을 1대0으로 물리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2020년 7월 공식 창단한 진주가 코리안컵에서 3라운드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우린 져도 본전이기 때문에 프로팀보다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선수단 미팅에서 '우리도 프로 출신이다. 이길 수 있다. 도전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니까 도전해보자'고 말했다"고 했다. 1부 클럽인 대전하나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이 감독은 "코리아컵에선 사회복무요원이 뛸 수 없기 때문에 이빨이 다 빠진 상태지만,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주에는 포항 출신 이광준과 권기표, 대전하나 출신 이정문, 포항과 부산 등에서 활약한 이래준 등이 속해 있다. 이번 경기는 누구보다 대전하나 창단멤버인 이창엽 감독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대전은 제2의 고향이다. 9년 동안 활약한 뒤, 은퇴하고서 6년간 대전 15세이하팀 감독을 지냈다. 대진이 정해졌을 때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지만, 대전 출신 선수가 감독이 되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전 팬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은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양이 될 생각이 없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최하위에 처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FA컵 16강 진출은 반등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은 구단 유스 출신 이준규 김민기 윤도영 배서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팀은 또 있다. 프랑스 4부리그에 속해 있던 칼레는 1999~2000시즌 정원사, 수리공 등으로 구성된 팀으로 2부, 1부 팀을 차례로 꺾고 프랑스 FA컵 준우승을 차지해 '칼레의 기적'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2019년 K3리그 최초 코리아컵 4강에 올랐던 화성(3부)은 같은시각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1부)을 상대로 이변을 꿈꾼다. 강원은 2022년 코리안컵 3라운드에서 화성에 0-2 패배를 안겼던 팀이다. '수원 출신' 주승진 화성 감독은 "강원 전력 분석을 철저히 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조덕제 감독의 지휘 하에 2023시즌 K3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FC목포(3부)는 부천FC(2부)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손현준 감독이 이끄는 김해시청(3부)은 인천(1부) 원정길에 오른다.
17일 오후 7시30분 목동종합운동장은 오스마르가 주연이 된 서울 이랜드(2부)와 FC서울(1부)의 '서울 더비'로 뜨거울 전망이다. 수원 삼성(2부)은 같은 시각 안산(2부)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16강에서 포항(1부)과 격돌한다. 수원과 포항은 코리아컵 최다우승(5회) 기록을 공유했다. 제주(1부)와 천안시티(2부), 김천(1부)과 부산(2부), 대구(1부)와 충북청주(2부) 등 K리그1과 K리그2 간의 자존심 대결도 지켜볼 필요가 있고, 같은 리그에 속한 경남과 전남, 안양과 김포의 맞대결도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3라운드 승자는 6월 19일에 열릴 16강전 티켓을 얻는다. 지난 시즌 K리그1 1위~4위팀인 울산 포항 광주 전북은 16강부터 레이스에 뛰어든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