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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아닌 스스로" 암흑기 거쳐 챔피언으로…15년 원클럽맨이 증언했다, 230억 아깝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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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대한 팀을 만드는 선수는 분명히 존재했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1위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거뒀다.

LG는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강팀의 길을 걸어갔다. 꾸준하게 성적은 나온 건 아니지만 1994년 이후 1997년과 199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른 팀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팀이었다. 2000년대로 들어가면서 LG는 '암흑기'에 빠졌다.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2013년과 2014년 다시 가을야구에 갔지만, 2015년 9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6년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며 반등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17년과 2018년에는 다시 한 번 일찌감치 시즌을 마쳐야만 했다.

LG가 다시 한 번 강팀 대열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건 2019년부터다.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상위권을 바라보는 팀이 됐다.

2022년에는 구단 창단 최다 승인 87승을 하면서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꾸준한 가을야구 진출로 내공이 쌓인 LG는 결국 2023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김현수의 이적과 LG의 도약이 맞물렸다. 2006년 육성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이끈 뒤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을 했다. 2년 간 미국에서 시간을 보낸 김현수는 2018년 두산이 아닌 LG와 계약을 했다. 4년 총액 11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현수는 첫 해 타율 3할6푼2리 20홈런을 기록하면서 타율 1위에 올랐다.

김현수는 단순히 LG에 타격 보강 효과만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LG의 군기 반장을 자처했다. 훈련장에서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다. '꼰대'를 자처하면서 후배 선수에게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철저한 몸관리 및 훈련 루틴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잔소리꾼에 그친다면 후배들이 마음을 다해 따르기가 어려울 터. 김현수는 그에 맞는 실력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이끌어냈다.

2022년 LG는 김현수와 4+2년 총액 115억원에 다시 한 번 계약했다. '종신 LG'가 됐고, 어느덧 팀의 구심점으로 녹아들었다.

2009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762경기에 출장한 '원클럽맨' 정주현은 김현수가 가지고 온 효과를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정주현이 입단할 당시 LG는 '암흑기'였다. 그러나 프로 마지막 시즌에는 결국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정주현은 "감독님 코치님 좋은 분이 많았는데, 제가 볼 때는 (김)현수 형이 우리 팀에 온 게 큰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주현은 "예전에는 강제로 훈련을 시켰다면, 지금은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선배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니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거 같다. 거기서부터 달라진 거 같다"고 말했다.

정주현도 덕분에 좋은 추억을 안고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정주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올 시즌 잔류군 주루코치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정주현은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작년(2023년) 우승했을 때다. 경기에는 많이 못 뛰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며 "또 2019년 준플레이오프도 생각난다. 만약에 준플레이오프에서 올라갔다면 더 잘했을 거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선수 때는 몰랐는데 2군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많다. 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안 되면 속상하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