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이 분위기 반등에 실패했다.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생제르맹)-김민재(비이에른 뮌헨)에 'K리그 득점왕' 주민규(울산)까지 넣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1위 태국을 맞아 홈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에도 1대1로 비겼다. 싱가포르, 중국전 연승을 달렸던 한국은 태국에 비겼다. 그래도 2승1무로 조 1위를 지켰다. 여전히 최종예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조 2위까지 최종예선에 나설 수 있다. 한국은 26일 태국과 원정 4차전을 치른다.
한국축구는 아시안컵 후폭풍에 시달렸다. 64년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은 요르단에 충격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잦은 외유부터 무전술까지, 끝까지 최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결국 경질됐다. 이 과정에서 '두 영웅' 손흥민(32·토트넘)-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충돌,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휘청였다. 이후 대회 전 일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스태프간의 도박성 카드 놀이를 했다는 의혹, '카드게이트'까지 제기됐다. 붉은악마는 이 모든 실기의 중심에 있는 정몽규 회장을 향해 분노했다. "정몽규 나가!" 외침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울렸다.
클린스만 감독의 뒤를 이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주민규(울산)가 원톱에 섰다. 33세 333일에 A대표로 발탁된 주민규는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을 세웠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의 한창화(32세 168일)다. 2선에는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섰다.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황인범(즈베즈다)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자리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포백에는 김진수(전북)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 설영우가 구성했다. 골문은 조현우(이상 울산)가 지켰다.
초반 태국이 거세게 밀어붙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강력한 압박으로 태극전사들을 당황케했다. 전반 2분 연이은 슈팅을 날렸지만, 태극전사들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설영우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고질인 어깨가 탈구가 돼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5분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볼을 참라사미가 잡아 오른발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몸으로 막아냈다. 8분에는 차이데드가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날려지만 조현우가 슈퍼세이브로 먹아냈다.
10분이 넘어가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갔다. 17분 첫 슈팅을 날렸다. 김진수의 코너킥을 이재성이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수바에 막혔다. 2분 뒤에는 주민규의 강력한 압박이 도화선이 돼 황인범의 왼발 슈팅으로 연결됐다. 볼은 골키퍼 맞고 흘러나왔고, 주민규가 쇄도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그의 왼발 슈팅은 빗맞았다. 전반 26분에도 주민규의 포스트 플레이가 빛을 발해 정우영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수비수에게 다시 걸렸다.
손흥민은 전반 30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자신의 존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낮게 깔아찬 볼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6분 뒤에는 주민규의 연계 플레이로 손흥민에게 왼발 슈팅으로 화답했지만 허공을 갈렸다.
기다리던 골은 전반 42분 터졌다.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재성의 컷백을 손흥민이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47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김진수가 컷백을 시도했다. 정우영의 슈팅은 수비를 맞고 나왔다.
후반 한국은 전반과 같은 멤버로 나섰다. 후반 5분 손흥민이 측면 돌파 후 김진수에게 패스를 내줬다. 김진수가 지체없이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공격숫자가 적었다. 1분 뒤에는 정우영이 2대1패스로 페널티박스까지 침투했으나 슈팅 각도를 잡지 못하고 수비에 막혔다. 8분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이재성이 오른쪽을 돌파 후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정우영에게 내줬다. 정우영 페널티박스 바로 외곽에서 마음 놓고 왼발 슛 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스친 뒤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태국도 반격했다. 12분 걷어낸 볼이 상대 선수를 맞고 굴절되며 공격 기회를 허용했다. 김민재가 크로스를 몸으로 막아냈다. 1분 뒤에는 스로인 상황에서 등진 플레이에 뚫리며 페널티박스 안까지 돌파를 허용했다. 태국의 컷백에 노마크 찬스를 내줬지만 슈팅이 부정확해 위기를 모면했다. 가까스로 버티던 한국은 결국 동점골을 내줬다. 15분 페널티박스 우측 모서리에서 슈팅을 때렸는데, 빗나가는 듯한 볼은 중앙에서 쇄도하던 수파낫의 발에 걸렸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한국이 변화를 줬다. 17분 주민규와 정우영을 빼고 이강인과 홍현석(헨트)을 넣었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18분 아크 정면에서 손흥민의 왼발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3분에는 오버래핑한 김진수의 컷백을 손흥민이 다시 한번 마무리했지만,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25분애는 손흥민 이강인, 슈퍼콤비의 호흡이 빛났다. 둘은 두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은 수비 맞고 나갔다.
한국은 27분 이재성과 김진수를 빼고 조규성(미트윌란)과 이명재(울산)를 넣었다. 이명재도 A매치 데뷔에 성공했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33분 상대 수비의 클리어링 실수를 황인범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게 떴다. 35분에는 백승호, 이명재가 연이어 슈팅을 날렸다. 43분 한국이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의 환상적인 스루패스가 손흥민에 연결됐다. 손흥민의 컷백이 황인범에게 연결됐다.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조규성의 헤더가 김영권에게 연결됐지만, 이번에도 골키퍼가 막아냈다.
1분 뒤 황인범, 백승호로 이어진 컷백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한국은 막판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추가시간 조규성의 머리에 여러차례 볼이 연결됐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홈에서 충격의 무승부를 당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