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개막전을 치른 것은 이번 '서울시리즈'가 6번째다.
오타니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에서 5타수 2안타를 터뜨리며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초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샌디에이고 선발 선발 다르빗슈 유의 5구째 바깥쪽 높은 94.7마일 싱커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 안타의 타구 속도는 112.3마일(180.7㎞)로 이날 양팀 타자들이 친 타구 가운데 가장 빨랐을 뿐만 아니라 오타니가 역대 개막전에서 날린 타구 중에서도 최고 스피드다.
그런데 이 타석에서 오타니가 다르빗슈의 3구째 91.6마일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친 파울의 타구 속도는 무려 119.2마일(191.8㎞)이나 됐다. 이 타구는 고척스카이돔 우측 파울폴 옆 천장에 달린 구조물을 때리는 파울 홈런이 됐다. 중계화면에는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장면이 잡혔다. 안쪽으로 날아갔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MLB.com은 '그것은 단순히 파울이 아니었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타구 속도가 이날 양팀 타자들이 날린 타구 가운데 가장 빨랐다'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때로는 타자들이 휘두르는 하나의 스윙이 놀라울 때가 있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오타니는 안타를 종종 날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 파울 지역으로 잡아당긴 그 스윙은 정말 훌륭했다. 경기 후반 터뜨린 그의 또 다른 큰 안타를 우측으로 날리기 위한 전조였다. 오타니 때문에 정말 훌륭한 밤"이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로버츠의 말대로 오타니의 결정적인 안타는 이후 8회초에 나왔다.
다저스는 1-2로 뒤진 8회 3안타와 2볼넷, 상대 실책을 묶어 4점을 뽑아내 전세를 뒤집었다. 개빈 럭스의 타구를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놓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타구가 구멍난 미트를 뚫고 갔으니 진기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오타니는 4-2로 앞선 계속된 2사 1,2루서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98.3마일 싱커를 받아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려 2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쐐기타점이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난 칠 때나 던질 때 그렇게 긴장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타석에서 편안하게 임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겼다는 것이다. 경기 후반 역전승을 이뤘다. 우리가 정말 좋은 팀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앞서 오타니의 개막전 활약은 어땠을까.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해 곧바로 개막전에 출전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은 중반까지 4-0으로 앞서다 연장 끝에 5대6으로 역전패해 오타니는 이때부터 팀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했을지 모른다.
2019년 첫 출전 경기는 시즌 개막전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오른쪽 팔꿈치에 토미존 서러지를 받아 이듬해 5월이 돼서 타자로 복귀했다. 첫 경기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엄밀히 말하면 개막전은 아니다.
이후 오타니는 올해까지 5년 연속 개막전에 출전했다. 2020년 오클랜드전 5타수 1안타, 202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과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은 각각 4타수 무안타, 2023년 오클랜드전에서는 3타수 1안타 1볼넷을 마크했다.
2019년 첫 출전 경기를 제외한 개막전에서 오타니는 타율 0.167(26타수 5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6삼진을 마크했다. 주목할 것은 홈런은 물론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안타 5개 모두 단타였다. 또한 오타니가 출전한 개막전에서 에인절스는 2승4패, 다저스는 1승을 올렸다. 다저스 이적 후에는 첫 시즌부터 예감이 좋다.
참고로 오타니가 시즌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것은 2022, 2023년 두 차례다. 2022년에는 4⅔이닝 4안타 9탈삼진 1실점, 2023년에는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편, 다저스는 21일 오타니의 통역을 맡고 있는 미즈하라 잇페이를 전격 해고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도박 중독에 빠져 있으며, 불법 도박업자에게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오타니의 돈을 훔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다저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언론 보도 내용을 인지하고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는 해고됐음을 확인한다. 현재로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LB.com은 LA 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해 '미즈하라가 연방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에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오타니의 돈을 사용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미즈하라는 시즌 개막전 동안 오타니를 위해 서울에 와 있지만, 구단은 그를 해고했다'며 'MLB는 해당 사실이 보도되기 전 사안을 알지 못했고, 연방 검찰로부터 들은 것이 없다'고 전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몸 담고 있을 때 구단 통역을 맡았고,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8년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통역 맡아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