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1경기만으로도 느껴졌던 현격한 실력 차였다.
역시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빅리그에서도 '최강' LA 다저스지만,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게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구단 다저스가 한국에서 첫 실전을 벌였다. 다저스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평가전을 치렀다. 다저스는 20, 21일 양일간 고척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2연전을 갖는다. 역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다저스는 이 중요한 게임을 위해 15일 입국했고, 16일 훈련을 한 뒤 키움을 만났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 거기서도 강팀으로 인정받는 다저스. 당연히 전력 차이가 날 거라 예상됐다. 특히 키움의 경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안우진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지고 젊은 선수 위주의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을 상대로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백업 선수들이 나와도 무서울텐데, 개막전을 앞둔 다저스는 주전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무키 베츠-오타니 쇼헤이-프레디 프리먼의 MVP 1-2-3번 타자는 어떻게 말로 설명이 안되는 '초강력' 상위 타선이었다. 맥스 먼시, 테오스가 에르난데스 등 무시무시한 타자들이 연이어 대기하고 있었다.
키움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로 맞불을 놨다. 4이닝 4실점. 냉정하게 보면 다저스 강타선을 상대로 잘 버텼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후라도도 다저스 타자들을 상대로 어렵게 피칭을 끌고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독 오타니를 상대로는 씩씩하게 공을 던져 2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후라도가 내려가자 손현기, 김윤하, 김연주 등 어린 투수들이 속절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저스 타자들은 몸을 풀 듯 편하게 제 타이밍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아직 시차 적응이 다 되지 않아 컨디션이 100%가 아님이 확실한데도 말이다. 결과는 14대3 다저스의 대승이었다.
잔인하게 얘기하면 성인과 초등학생이 하는 경기 같았다. 프리먼과 제이슨 헤이워드, 개빈 럭스는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고 나머지 주전 선수들은 2~3타석을 치고 교체됐는데,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 면면도 화려했다. 크리스 테일러, 엔리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등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키움 선수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다저스는 이날 불펜 데이로 많은 투수들을 투입했는데, 누가 하나 할 것 없이 메이저급 구위를 과시했다. 키움이 3점을 낸 게 신기할 정도. 최주환과 송성문이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줬다.
10번을 붙어도 키움이 1번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력차였다. 1경기만 보고도 그 차이가 명확히 느껴졌다. 이게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들의 위력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선수들이 단 한 순간도 나태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베츠든, 프리먼이든 어떤 선수도 타구를 치고, 누상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점수차가 벌어졌다고, 안일하게 플레이하지 않았다. 공-수-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라고 느낄 수 있었다. 땅볼 치고 터벅터벅 뛰는 일부 KBO리그 선수들이 필히 보고 배워야할 점이다. 화려한 플레이가 전부는 아니다. 한국 국가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본 뒤 "기본이다. 정말 기본을 중시한다. 방망이는 안치고 수비 훈련만 한다"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