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말은 '청산유수'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시즌 '첫 승'에도 웃지 않았다. 그는 작심한 듯 '핫가이' 제시 린가드의 태도를 비판했다.
FC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서울(1승1무1패)은 개막 3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이날도 스포트라이트는 린가드에게 쏠렸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이다. '명문' 맨유에서 200경기 이상 소화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으로 러시아월드컵에도 출전했다.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이름값'으로 꼽힌다.
린가드는 지난 2일 광주FC와의 원정 경기에서 K리그 첫 선을 보였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 후반 31분 투입됐다. 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선 전반 30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린가드는 제주전에서도 후반 12분 류재문 대신 투입됐다.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40여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린가드는 경기 종료 직전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로 득점 취소됐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날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 뒤 김 감독은 "린가드를 교체할까 고민했었다. 경기를 보시지 않았는가. 그게 이유다. 몇 분 뛰지 않는 선수가 몸싸움도 하지 않는다. '설렁설렁'하고, 90분 출전하는 선수보다 뛰지 못하면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으로 축구할 것 같으면 은퇴한 선수들 데려다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린가드의 태도를 꼬집었다.
김 감독은 "하루 한 번 미팅으로 얘기하는데, (린가드가) 말은 '청산유수'다. 그게 행동으로 나오지 않으니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경험을 가진 '캡틴' 기성용은 "린가드가 적응은 잘하고 있다. 다만, 긴 공백기를 가졌다. 사람들의 기대처럼 하루 아침에 이뤄지면 좋겠지만, 몇 달을 경기를 뛰지 않았다. 어느 선수든 한 번에 바꾸기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뗐다.
그는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려고 하신다. 린가드 자신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맞다. 그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가진 게 많은 선수다. 팀 안에서 잘 보듬어주면 앞으로 팬들께 좋은 모습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린가드는 2022~2023시즌 EPL 노팅엄과의 계약이 끝난 뒤 소속팀 없이 지냈다. 서울 입단 전까지 공백기를 겪었다. K리그는 물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김 감독의 눈엔 린가드의 태도부터가 문제다.
김 감독은 "린가드와 소통을 통해 우리 팀에 녹아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린가드는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짧은 휴가를 얻었다. 린가드가 A매치 휴식기 뒤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