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어느덧 35세. 한국에서 6번째 시즌이다.
언제나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마운드 위에서 던져줄 것 같았던 케이시 켈리가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됐다. 역대 KBO리그에서 던진 외국인 투수 중 6년 이상을 뛴 이는 켈리 이전까지 4명 뿐이었다. 두산의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을 던져 최장수 외국인 투수로 기록돼 있고, 헨리 소사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KIA-넥센-LG-SK를 거치면서 8년을 던졌다. 앤디 밴헤켄은 2012년부터 6년간 넥센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다니엘 리오스도 KIA와 두산에서 6년을 던졌다. 켈리가 5번째로 6년이상 던지는 투수가 됐다.
작년에 위기가 왔다. 전반기 18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4.44로 부진했던 것. 우승을 해야하는 LG로선 켈리의 부진이 고민될 수밖에 없었고 교체도 검토했었다. 그러나 에이스로 팀을 위해 헌신한 켈리를 한번 더 믿었고 켈리는 후반기엔 12경기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90의 안정된 피칭을 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성적은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기량을 확실히 보여줬다. 1차전에선 6⅓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5차전에서는 5이닝 5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마지막 승리투수가 됐다.
켈리는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중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미국으로 가지 않고 자신의 로테이션을 지켰다.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서였다. 지난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등판 후 사흘 휴식 후 4차전에 다시 선발로 나와 던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등판 후 2차전이나 3차전에서 패할 경우엔 4차전에 등판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전반기에 부진하자 코칭스태프가 체인지업 대신 포크볼을 던지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는데 시즌 중 조금씩 연습을 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 결국 포크볼을 던지기도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코칭스태프의 제안에 성실히 따라주는 모습,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 등에 한국시리즈 중 켈리에 대해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고, 구단 역시 켈리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올시즌은 1선발을 디트릭 엔스에게 내주고 외국인 2선발로 내려왔다. 켈리로선 이것이 KBO리그에서 장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의 가장 강력한 1선발과 맞붙지 않고 2선발이나 3선발과 만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
염 감독은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엔스-임찬규-켈리-최원태-손주영 순으로 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켈리가 3선발로 나서면 승리를 따내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올시즌 준비 상황은 좋다. 지난 9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서 중간 투수로 나와 2이닝을 던진 켈리는 무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고, 14일 NC 다이노스전에선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2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와 3회, 4회를 맞혀잡는 피칭으로 가볍게 삼자범퇴로 끝낸 켈리는 2회말 위기에서 삼진 능력을 보였다. 선두 4번 맷 데이비슨에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5번 박건우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6번 서호철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7번 김성욱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해 1,2루에 몰렸지만 8번 김형준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약간 높은 변화구였는데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처리.
53개를 던졌는데최고 145㎞의 직구를 21개 던졌고, 슬라이더(9개), 투심(7개), 커브(7개), 포크볼(7개), 체인지업(2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면서 시험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는 1,2선발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된다. 켈리는 올해 35세다. 적지 않은 나이라 할 수 있다. 밴헤켄이 33세에 와서 38세까지 던졌고, 니퍼트가 37세까지 던졌다. 켈리가 올해 다시 반등을 한다면 내년시즌 7시즌 째 던지는 켈리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