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심차게 기획중이라는 '슈퍼매치' 100% 현실화 가능할까.
KBO리그 새 뉴미디어, 온라인 중계권을 따낸 OTT 업체 티빙.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전에 없던 '전면 유료화'로 찬반 논쟁을 불렀는데, 돈을 받겠다고 하는 곳이 시범경기 형편 없는 서비스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처음이니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SAFE'를 'SAVE'로, 타순이 아닌 선수 등번호를 보고 '22번 타자'로, 팀 정식 명칭이 있는데 '라이온즈'를 '라이언즈'로 표기하는 건 유료화를 외치고 팬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결국 티빙 최주희 CEO는 "시범경기 서비스 중계에서 미흡했던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개막에 맞춰서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팬들께 약속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왜 KBO리그 중계에 1350억원 투자를 결정했는지를 설명했고, 자신들은 야구에 대해 진심이며 돈을 내고도 볼만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게 바로 '슈퍼매치'다. 1주일에 1경기, 티빙이 자체 제작을 해 중계를 하는 경기다. 팬들에 그간 없던 새로운 중계를 선보인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다. 경기 시작 40분 전 그라운드에 오픈 스튜디오를 차려 프리뷰쇼를 진행한다. 이 쇼에서 감독, 키플레이어 인터뷰를 진행한다. 경기 후에는 라커룸, 더그아웃을 찾아가 팬들에게 현장감 있는 화면을 제공하고 리얼한 뒷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빙은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이 첫 슈퍼매치 경기"라고 자신있게 공표했다.
하지만 이 기획들이 모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신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한만큼, KBO와 구단들도 티빙의 중계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KBO와 구단들 모두 돈을 벌기 위해 기존 사업자를 버리고, 티빙과 손을 잡았다. 돈만 받고, 도와주지 않는다면 티빙도 서운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만의 문화, 관례를 어겨가며 돕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먼저 그라운드 내 오픈 스튜디오 설치. 경기 시작 40분 전부터 방송이 시작되려면 일찍부터 세트 설치가 필요한데,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는 원정팀이 훈련할 시간이다. 이 훈련에 방해를 하면 절대 안된다. 단순히 테이블 하나 가져다 놓고 방송을 한다면 모를까, 메이저리그식 멋진 스튜디오를 만드는 건 무리수다.
LG-한화 개막전의 경우 공중파 중계도 잡혀있다. 동선, 인터뷰 등이 겹칠 수 있다. 경기를 목전에 두고 감독, 주요 선수들이 프리뷰쇼에 성의를 다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시간은 원정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훈련 후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가장 비현실적인 건 경기 후 플랜이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외부인의 라커룸 출입을 매우 꺼린다. 더그아웃 촬영 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경기 후 라커룸과 더그아웃을 촬영하며 팬들에게 생생한 화면을 제공한다, 취지는 매우 좋지만 KBO리그 현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긴 팀도 꺼릴 수 있는 일인데, 진 팀에 카메라를 들이댔다가는 화만 돋울 수 있다. 실제 시범경기 기간 경기 종료 후 A팀 더그아웃을 티빙측 카메라가 촬영했고,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선수단이 홍보팀에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티빙이 이런 현실을 알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지다. 티빙 이현진 CSO는 "선수들에 방해가 없게 KBO, 구단들과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 실험에 KBO와 구단들이 모두 잘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만 들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KBO 관계자는 "티빙쪽에 기존 미디어들과의 형평성 및 현장 분위기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아무리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고 그쪽에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구단들은 더욱 난감하다. 개막전 홈팀인 LG 관계자는 "공문 하나 보내오면, 그 일들이 다 실현되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일단 KBO에 구단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는 모든 사항 협조를 약속한 게 없다는 의미다.
이 모든 플랜이 사전 협의가 철저하게 되면 이전에 없던 멋진 방송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티빙이 너무 '장밋빛'만 그리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