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해 사실상 '무늬만 우승 청부사'였던 LG 트윈스의 선발 최원태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최원태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서 선발등판해 3이닝 동안 6안타 무4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즌 후반 3대1 트레이드로 LG에 오면서 우승을 위한 마지막 '화룡점정'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사실 우승 청부사로서의 역할은 부족했다.
키움에서 17경기서 6승4패 평균자책점 3.25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최원태는 LG에서는 9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부상으로 떠난 아담 플럿코를 대신해 2차전 선발로 낙점됐으나 충격적으로 1회도 막지 못하고 강판됐다. 그 경기에서 LG가 불펜 투수들이 막아내고 박동원의 극적인 역전 홈런으로 드라마를 썼지만 최원태의 부진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그래서 올시즌 LG의 2연패 도전에도 최원태가 얼마나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잡아주느냐가 큰 숙제로 남겨져 있었다.
염 감독은 경기전 "최원태에게 스타일을 바꾸라고 했었다. 피칭 디자인을 코너 승부가 아닌 위아래로 바꾸라고 했다"면서 "최원태가 무서웠을 때는 투심과 체인지업이 아래쪽으로 형성되고 하이 패스트볼 그리고 커브가 가끔 들어가는 상하로 싸울 때였다. 어느 순간 슬라이더 비중을 높이면서 자신의 장점이 사라졌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임찬규의 예를 들었다. 염 감독은 "임찬규가 작년에 부활한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라며 "최원태도 잘던졌을 때로 돌아가면 상대가 무서워하는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원태는 이날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이날 58개의 공을 던진 최원태는 최고 147㎞의 직구를 17개 던졌고, 투심 8개, 슬라이더 10개, 체인지업 14개, 커브 9개를 뿌렸다. 슬라이더 비중을 크게 낮추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했다.
1회말 선두 1번 김지찬을 2루수앞 땅볼, 2번 김현준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최원태는 3번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지만 4번 오재일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끝냈다. 2회말엔 5번 강민호를 우익수 플라이, 6번 강한울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은 뒤 7번 김재혁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이후 도루를 잡아내며 이닝 종료.
3회말엔 안타를 3개 맞았는데 무실점으로 막았다. 1사후 9번 김동진과 1번 김지찬에게 연속 우전안타를 맞았는데 1루주자 김동진이 2루에서 발목을 접질려 넘어지면서 아웃이 됐다. 2사 1루서 김현준이 중전안타를 쳐 1,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맥키넌을 3루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3회까지 51개밖에 되지 않아 예정된 60개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오재일에게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전안타를 허용한 뒤 진우영으로 교체됐다.
안타도 많이 맞았지만 볼넷이 없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코너 싸움을 버리다보니 볼이 쌓이지 않았다.
최원태는 경기 후 "작년엔 내 뜻대로 안됐는데 그것을 인정했어야 했는데 고집하다보니까 더 안좋았다"면서 "올해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날 특히 볼넷이 없었던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최원태는 "등판할 때마다 생각하는게 스트라이크 많이 던지는 것과 볼넷 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경기가 된다"며 "삼진이 없는 것은 상관 없다"라고 했다.
올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갖기 때문에 그의 야구 인생에는 중요한 시즌이라고 봐야 한다. 최원태는 그러나 "중요한 시즌이긴 한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규정 이닝을 넘기고 로테이션 꾸준히 지키고 싶다. 그래야 감독님께서 계산하시는 대로 시즌을 운영하실 수 있다"라고 선발 투수로서 팀을 생각했다.
최원태가 지난해 임찬규처럼 화려한 부활과 함께 FA 대박을 맞이할지 궁금해진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