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억이라는 거액을 그렇게 쉽게, 나쁘게 벌려고 했다니.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박동원(LG)에게 뒷돈을 요구한 자세한 정황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7일 장 전 KIA 단장과 김종국 전 KIA 감독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 말 구속 위기에 처했었다. 두 사람이 한 커피 업체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고, 그 업체가 KIA 홈 경기장에 광고 등을 하게 해준 혐의였다. 프로야구 현역 감독이 광고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었다.
구속은 피했다. 당시 법원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이 되지만, 두 사람의 증거 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다고 봤다. 이후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고, 결국 불구속 기소로 두 사람은 이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2년 7월부터 10월까지 커피 업체 대표로부터 광고 계약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그 대가로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두사람이 10월 구장내 펜스 홈런존 신설 관련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이와 별도로 김 전 감독은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장 전 단장은 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관련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지시했고, 김 전 감독도 관련 사항을 당시 단장이던 장 전 단장에게 전달했고 구단 광고 직원에게도 김씨 업체 소속 직원의 연락처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이 함께 받은 1억원을 5000만원씩 나눠 가졌고, 금품을 받은 사실을 선수단에 알리지 않고 대부분을 주식 투자, 여행비, 개인 돈거래 등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수사는 장 전 단장의 '뒷돈 파문' 수사 과정에서 이어진 것이다. 장 전 단장은 2022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얻는 박동원(당시 KIA)에게 뒷돈을 요구한 충격적인 일로 경질을 당했다. 검찰이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알렸다. 장 전 단장은 박동원에게 FA 계약을 체결하면 12억원의 계약금을 받게 해줄테니, 그 중 2억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야구단 FA 계약은 단장이 지휘를 하는데, 돈은 그룹으로부터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선수에게 이만큼의 액수가 필요하다 보고를 올리고, 돈을 받아오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선수에게 총액 50억원을 약속해놓고, 그룹에는 55억원을 받아와 그 5억원을 단장이 불법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선수만 동의를 하면 되는 일이다. 선수에게 "원래 너의 몸값은 40억원 정도인데, 내가 50억원을 받게 해줄테니 나에게 5억원을 달라"고 한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 박동원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