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첫 스프링트레이닝에서 기대 이상의 방망이 솜씨를 보여주며 올시즌 '커리어 하이'를 예감케 하고 있다.
재활 중인데다 팀을 옮기고 나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더욱 주목받고 있는 오타니는 곧 의미있는 실전에 출전한다. 이적 후 처음으로 여전히 옛 동료들이 다수 남아 있는 LA 에인절스를 만나는 것이다. 6일 오전 10시5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다. 6년 간 함께 한 마이크 트라웃과도 재회한다.
오타니는 지난달 25일 원정서 열린 에인절스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아직 실전에 나서기 전이었다. 오타니는 지난달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출전했다.
이후 3경기를 소화했다. 화이트삭스전에서는 5회 좌중간 투런홈런을 포함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리며 주위를 놀라게 했고, 지난 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1타수 1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했으며, 4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서는 3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3경기에서 9타석에 들어가 7타수 5안타, 1홈런, 5타점, 3득점, 2볼넷, 1삼진, 슬래시라인 0.714/0.778/01.429를 마크 중이다. OPS는 무려 2.207에 달한다. 최근 7타석 연속 출루 행진도 이어갔다. 샘플 사이즈가 작아 당장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오타니의 타격감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가 2018년 10월 제1차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와 첫 풀타임 투타 겸업에 나선 2021년 시범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15경기에서 타율 0.548(31타수 17안타), 5홈런, 8타점, OPS 1.603로 예열을 하고 시즌에 들어간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0.257(537타수 138안타),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투수로 9승2패, 평균자책점 3.18, 156탈삼진을 각각 올리며 만장일치 MVP에 등극했다.
올시즌에는 타자로만 출전하기 때문에 2021년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훨씬 지배적인 상황이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타격감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첫 3할-30홈런-100타점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타니는 3가지를 한 시즌에 동시에 달성하지는 못했다.
오타니는 6일 에인절스전에 이어 7일 원정서 열리는 화이트삭스전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시범경기서 처음으로 이틀 연속 실전에 나설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고 컨디션도 정상 궤도에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에인절스전은 야간경기이고, 화이트삭스전은 낮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 그와 얘기를 나눌 때도 이미 상당히 좋다고 했다. 재활 속도에 무척 고무돼 있다. 지금 상태를 보면 확실히 좋다는 게 느껴진다. 본인도 예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저스는 MVP '빅3'를 무키 베츠-오타니-프레디 프리먼 순서로 기용하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이 타순을 "무자비하다(relentless)"고 표현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 시절과 달리 앞뒤타자의 보호를 두텁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4일 콜로라도전에서 2회말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3루타를 날린 것도 지금 오타니의 타격감을 말해준다. 몇 미터 더 날았다면 2호 홈런이 될 수 있었다.
MLB.com은 5일 오타니가 에인절스전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오타니는 지난 주 결혼 사실을 밝힌 이후 기자들에게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방망이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제2의 고향 에인절스에게 말해 줄 차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