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추)신수형 은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현역 은퇴 시즌을 앞둔 SSG 랜더스 추신수는 팀 동료이자 야구 후배인 하재훈을 각별히 아낀다. 투수 전향 그리고 다시 수술과 재활, 타자 재전향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재훈의 야구 인생에서 최근 수년간 길잡이 역할을 해준 선수가 바로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하재훈을 보고 느끼는 동질감 비슷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추신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에서부터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한 메이저리거가 됐다. 하재훈도 비슷한 길을 걷고자 도전했다. 하재훈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갖은 고생을 했고, 아쉽게도 추신수처럼 빅리거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으로 먼저 건너와 KBO리그에서 투수로 '세이브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추신수는 "재훈이와 가까워진게, 부상으로 중도 포기를 했지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정말 노력했던 과정을 안다. 일단 미국에 가서 도전했다는 자체를 저는 리스펙트 한다. 그렇게 도전을 해보지 못한 선수가 99% 이상이다. 미국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데 재능 없는 선수를 돈주고 데려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는 자체로도 인정받아 마땅하고, 트리플A에서도 상위 레벨의 유망주로 오랫동안 있지 않았나.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감대가 있었다. 제가 재훈이의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해주다보니까 재훈에도 저에게 마음을 열게 됐고, 그렇게 가까워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음의 방황 시간을 보냈던 하재훈을 이끌어준 사람이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제가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제가 은퇴하고 누군가에게 제 자리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저는 하재훈에게 주고 싶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야구라는게 참 그렇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실력도 중요하고 운도 중요하고 시기도 중요하고 그게 다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하재훈은 그런 선배의 은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추신수의 자택에서 개인 훈련을 함께한 사이. 하재훈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선수로서 야구의 정점을 찍었던 사람이 은퇴를 한다는게 참 그렇다. 미국에서 고생도 해봤고, 그 마음을 다 아는데. 신수형은 마음은 아마 죽을 때까지 야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데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게"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추신수는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 메이저리그 출신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시야가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재훈도 그 뜻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하재훈은 "한국에서 야구하면, 한국 야구밖에 못본다. 국제 대회에 나가지 않는 이상. 제가 예전에 도미니칸윈터리그, 멕시칸리그, 베네수엘라리그 이런 곳에 다 가보지 않았나. 이런 중남미 리그들은 메이저리거들이 모인 자리라 레벨이 굉장히 높다. 호주리그도 괜찮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기회가 된다면 비시즌 동안 조금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타자 재전향 후 맞는 어느덧 세번째 시즌. 첫 시즌에는 "예전에 해봤으니 금새 감이 돌아올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아쉬움을 달랬고, 두번째 시즌에는 몸도 잘 만들고 감도 좋았지만 두번의 큰 부상에 좌절했었다. 그래도 지난 시즌 괴물같은 회복력으로 돌아온 후 77경기를 뛰며 3할 타율(0.303)을 기록한 것은 규정 타석 진입은 못했어도 그에 못지 않은 가치가 있었다.
하재훈은 "이제 진짜 좀 잘해야 한다. 매년마다 '이제 해야지', '이제 해야지' 말하고 있는데 이제 진짜 한번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저는 올해도 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라는 게 홈런치고, 안타 치고 하면 좋겠지만 그 외에 주루 플레이 하나도 중요할 때는 엄청 큰 거다. 방망이는 내가 놓치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주루는 조금만 더 신경쓰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그걸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방향성을 조금 잡은 것 같다. 그전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면 이제는 정립이 됐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는 그는 "저는 지금 준비 다 됐다. 이제 그냥 시즌 스케줄대로 하고 있다.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 기회는 감독님이 주시는 게 아니라 선수가 만드는거다. 실력으로 지켜야 한다"며 외야 주전 경쟁에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