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는 모기업의 애정에 보답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 창업주 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야구광으로 유명했다. 1975년 한국에 실업팀 롯데 야구단을, 이듬해 일본프로야구(NPB) 마이니치 오리온즈를 인수해 롯데 오리온즈(지바 롯데의 전신)를 창단했다.
신동빈 현 롯데 회장 겸 자이언츠 구단주 역시 그 마음을 이어받았다. 신 회장의 로열티는 한일 양국에 걸쳐있다. 두 팀을 위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팀명부터 연고지, 모기업까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은 팀이다. 말 그래도 한국 야구의 '헤리티지'다. 역대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1984, 1992)을 차지했고, 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덤과 인기를 지녔다. 지바 롯데 역시 2000년대 이후 2차례 일본시리즈 우승(2005 2010)을 달성하며 명문으로 거듭났다.
신 구단주는 이승엽, 김태균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퍼스타들의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가 하면, 이대호의 은퇴식을 직접 방문해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는 등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애정과 배려도 눈부셨다.
선수단 로열티 강화를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2004년 이후 20년간 무려 13명의 외부 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홍성흔 손승락 유강남 노진혁 등 그간 영입된 FA들은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됐다. 자체 FA 역시 지난해 '안경에이스'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원의 연장계약을 맺었고, 2024년에는 원클럽맨 전준우와 FA 1호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2022년부터 신인 선수와 가족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초청하는 행사 '루키 패밀리데이'도 진행했다. 구단을 향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계획이다. 신 구단주도 축전을 통해 "신인 선수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구단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롯데와 지바롯데간의 두 팀의 선수, 지도자가 연수를 주고받는가 하면, 구단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40년 넘는 교류가 이어진 것도 구단주의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양 구단간 교류가 줄었다가 2023년부터 다시 재개됐다. 올해 1월에는 박준혁 단장을 비롯해 육성팀장, 구장사업팀장이 지바롯데를 방문하는 등 프런트간의 적극적인 교류가 이뤄졌다.
올해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는 양팀 합동훈련 및 1군 교류전(2경기)가 열렸다. 김태형 감독은 "일본 1군과 연습경기를 하면 보는 것만으로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기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형제구단이 있는 덕을 톡톡히 봤다. 좋은 경험"이라며 웃었다. 구단 핵심 관계자도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라며 뿌듯해했다.
특히 지바롯데는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 사사키 로키를 박세웅과의 맞대결에 출격시키며 의리를 과시했다. 사사키는 165㎞ 직구를 던지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의 우승을 뒷받침했고, 2022년 일본 역대 최연소이자 1994년 이후 28년만의 퍼펙트게임을 이뤄낸 만화 주인공 같은 괴물 투수다. 사사키와 또다른 간판스타 야마구치 코우키는 롯데 구단 유튜브 '자이언츠TV'에도 출연해 우정을 뽐냈다.
야구사랑은 대를 이어 이어진다. 지바롯데와의 교류전 현장에는 이갑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신동빈 구단주의 장남), 이강훈 자이언츠 대표가 방문하는 등 그룹 차원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향후 두 팀은 교류전을 정례화시켜 함께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양팀간의 응원 문화나 마케팅, 선수 육성 시스템 중 다양한 부분에 걸친 장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두 롯데 구단을 통해 한국과 일본 야구간의 교류도 한층 더 활발해지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