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첫 판이지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1부 승격에 도전하는 서울 이랜드 이야기다.
이랜드는 겨울 '태풍의 눈'으로 불렸다. 삼고초려 끝에 수원FC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도균 감독을 영입했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을 데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단도 큰 폭의 변화를 택했다. FC서울의 레전드였던 오스마르를 영입한 것을 비롯해 김오규 김영욱 정재용 등 K리그1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대거 품었다.
이랜드는 단숨에 승격후보로 부상했다. K리그2 감독들은 올 시즌 구도를 '4강-9중'으로 평가하며, 4강에 이랜드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사실 의미 있는 변화다. 이랜드는 매년 큰 돈을 쓰고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승격 후보는 커녕 플레이오프 후보로도 거론되지 못했다. 올 겨울 이랜드는 지난 시즌과 거의 같은 예산을 쓰고, 타 팀이 긴장할만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김도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두가 주목하는 첫 경기, 결과가 중요했다. '혹시나' 하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좌절로 돌아오면 데미지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우승후보' 부산 아이파크였다. 이어 수원 삼성, 부천FC, FC안양, FC김포까지 만만치 않은 팀들을 연이어 만나야 하는 이랜드 입장에서 부산전은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결과는 이랜드의 3대0 대승.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승리였다.
더 돋보인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이랜드는 확 달라진 수비력을 선보였다. 상대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티며 막판 두 골을 추가했다. 이랜드 수비의 힘이 만든 승리였다. 이랜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가장 먼저 수비에 신경을 썼다. 김 감독은 수비 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밸런스 축구'다. 2020년 승격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수원FC를 승격시킨 힘도 밸런스였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문 수비수 부족에 따른 수비 불안으로, 아예 공격으로 승부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원FC는 1부 잔류라는 성적을 냈지만, 김 감독 성에 차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겨우내 많은 공을 들였다. 경험과 능력을 가진 오스마르, 김오규을 축으로 한 스리백을 일찌감치 완성했다. 기동력이 풍부한 허리진 역시 수원FC 시절보다 안정적으로 꾸렸다. 전방은 과감한 압박으로 수비에 힘을 실어줬다. 승격을 위한 첫번째 열쇠가 탄탄한 수비인만큼, 일단 이랜드는 절반을 완성했다. 비록 아직 공격에서 세밀함이 떨어졌지만, 김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들이 살아나고,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제대로 칼을 간 이랜드, 올해 '진짜' 다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