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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전 상대 골키퍼와 악수하는 '샤프볼의 강심장'이승우"올핸 더 많은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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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더 많은 골을 넣고 싶고, 꼭 그렇게 할 겁니다."

'샤프' 김은중 감독의 데뷔전, 데뷔승을 선물한 '수원 스타' 이승우(수원FC)가 새 시즌 마수걸이골과 함께 당찬 각오를 전했다.

수원FC는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 K리그1 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개막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이승우가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인천의 날선 창에 '샤프볼' 수원이 권경원, 김태한 등 업그레이드된 방패로 맞섰다.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윤빛가람이 박스 안에서 교체투입된 인천 지언학과 충돌했다.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자타공인 '강심장' 이승우. 오른발로 골대 구석을 노려차더니 눈깜짝할 새 원정 관중석 펜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응원 온 수원 팬들을 향해 질주했다. 그라운드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였던 이날, 원정석을 가득 메운 수원 팬들과 포옹하는 격정 세리머니로 감사를 표했다. '전 수원 감독' 김도균 감독의 이랜드 이적설이 잠잠해진 이후 이승우와 수원 구단간 연봉 협상이 길어지면서 개막 전 선수등록이 이뤄질지 관심이었다. 수원에서 첫해인 2022시즌 14골, 지난 시즌 10골 등 2년 연속 K리그1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수원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는 개막 이틀 전 구단과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이승우 같은 선수에게 시민구단이라 돈이 없다는 말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선수이고, 우리 구단에 귀한 선수이고, 최고 대우를 해줘야할 선수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많은 선수를 새로이 영입하는 과정에서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 부분을 승우가 잘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동계훈련을 그 어느 때보다 성실히 해온 만큼 연봉 실랑이로 이슈가 되기보다 개막전부터 한 경기라도 빨리 더 뛰는 선택을 했다.

김은중 수원 감독 역시 이승우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했다. 이날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3월 황선홍 A대표팀 임시감독의 코칭스태프인 마이클 김 수석코치, 정조국 코치, 조용형 코치가 경기장을 찾았다. 김 감독은 "승우는 축구선수로서 전성기인 나이인데 대표팀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다"면서 "승우에게 다시 한번 도전할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동기부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후반 10분 김 감독은 지동원 대신 이승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장에 대표팀 관계자들이 왔기 때문에 경기에 투입되면 모든 걸 보여주라고 했다. 전략적으로 승우를 후반전에 투입했고, 페널티킥도 승우에게 차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오늘 솔로 드리블 장면에서 본 것처럼 확실히 동기부여는 된 것같다.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더 많은 득점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우는 이날 결승골 후 인터뷰에서 "수원과 계약은 이미 돼 었었고, 연봉 협상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건데 마지막에 사인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면서 "선수로서 책임감은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것이다. 수원FC와 계약이 된 선수이기 때문에 수원FC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르투갈 1부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안데르손과의 재회 뒷얘기도 전했다. "올리비에라를 수원이 영입한다기에 기술이 좋고, 팀에 좋은 에너지 줄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에 저도 '빨리 오라'고 꼬셨다"며 웃었다.

종료 직전 승점 3점이 걸린 페널티킥, 골대 앞에서 이승우는 침착했다. 상대 골키퍼 이범수의 악수 제안, 심리전에 기꺼이 응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했냐는 질문에 "'어디로 찰 거냐'고 물어서 '비밀이에요'라고 했다. 원랜 가운데로 차고 싶었는데 악수 이후 마음이 변해서 구석으로 찼다. 그 선택이 통했다"며 싱긋 웃었다. '강심장'을 증명한 페널티킥 장면에 대해 이승우는 "사실은 좀 떨렸다"면서도 "잔디도 안좋았고 발목이 아파서 찰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픔을 이겨내고 찼다. 이틀 전 선수들과 페널티킥 연습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개막전 '마수걸이골'로 새 시즌 득점레이스를 시작한 이승우는 "예전엔 따뜻해질 때 5월쯤 골을 넣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추울 때 골 넣고 시작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3연속 두자릿수 득점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다. K리그 첫 시즌 땐 매경기 전날 잠도 못잘 만큼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살았다. 두 번째 시즌을 잘 못하면 1년 반짝했다는 얘기가 나올 것같아 부담이 됐다"면서 "이제 세 번째 시즌이다. 첫 두 시즌을 잘했기 때문에 이젠 좀 편안함이 있다. 최대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 재입성, 해외 재진출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화끈하게 답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대표팀에 발탁될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 다시 유럽에 가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많이 차분해졌다. 어렸을 때는 매경기 선발, 매경기 골을 넣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섣부른 생각이었고, 욕심이 과했다. 이제는 좀더 안정된 마음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