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퇴장을 당할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앞으로 활약을 기대할 만한 23분이었다. K리그 41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네임밸류 외국인으로 꼽히는 제시 린가드(32·FC서울)는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에서 팀이 0-1로 끌려가는 후반 26분 김경민과 교체투입됐다. 등번호 10번 유니폼을 입은 린가드가 투입을 준비하자 관중석이 들썩였다. 다수의 팬은 자리에서 일어나 린가드가 K리그 잔디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환호가 쏟아졌다. 약간 지루한 공방전이 지속되던 경기장에 생기가 감도는 느낌이었다.
'맨유 출신' 린가드는 23분 동안 프리롤을 맡아 중앙과 양 측면을 활발히 오갔다. 투입 1분만에 아크 정면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K리그 입성 후 첫 슈팅'은 골대 위로 떴다. 상대 진영 우측에서 날카로운 크로스 두 번으로 일류첸코의 헤더와 이태석의 발리슛을 끌어냈다. 린가드는 공이 있는 쪽으로 쉴새없이 움직이며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패스를 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70분 가까이 광주에 끌려다니며 별다른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서울은 린가드 투입 후 공격에 활기가 살아났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중앙선 부근에서 영리한 움직임으로 정호연의 경고를 끌어냈다. 23분 동안 키패스 1회, 파울 1회, 피파울 1회, 경고 1장 등을 기록했다.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4월 전 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 소속으로 마지막 공식전을 치른 린가드는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투입 후 반짝거린 린가드는 경기 막바지엔 상대 수비진에 막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김 감독은 그런 이유로 린가드를 이날 투입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 찾아오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린가드를 교체 투입했다. 서울은 전반 20분 상대 이희균에게 선제 실점하고, 38분만에야 첫 슈팅을 쏠 정도로 경기력에서 밀렸다. 김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가브리엘에게 추가 실점해 0대2로 패한 경기를 끝마치고 "우리가 긴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인지 예전에 보여줬던 전성기 모습은 아니었다"며 "(그래도)좋은 플레이를 몇 번 보여줬다"고 평했다.
후반 추가시간, 벤치 쪽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한발 늦은 태클'로 오후성의 질주를 저지하려다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심판진이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가동해 퇴장 여부를 살폈지만, 카드색은 바뀌지 않았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린가드가 악몽같은 데뷔전을 치렀다. 경고를 받고,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린가드는 무엇보다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후 개인 SNS를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기장에 돌아온 것은 축복이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린가드는 오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K리그1 2라운드에서 홈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김 감독은 첫 경기부터 약점이 드러난 만큼 스쿼드에 큰 폭의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