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저.. 쉐이딩(턱이 갸름해 보이는 메이크업) 좀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쫙 빼입은 정장. 휠체어에 앉은 김혁건은 어쩐지 외모에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이 오랜만인 터니까 대수롭지 않았는데, 인터뷰 중반에 가서야 이유를 알았다.
처음 고백한다는 그와 오래 전 연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시작 전부터 분주했던 분위기는 그녀가 보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15일 더 크로스(김혁건, 이시하)와 만났다. 신곡 '바람의 시', '너에게 닿기를'과 함께 돌아온 이들은 그간 공개하지 못했던 사연을 들고 왔다.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고) 저를 떠났던 연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김혁건)
김혁건은 2012년 더 크로스 컴백 준비를 하던 중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져 전신마비가 됐다. 벌써 12년 전 이야기. 그는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전 여자친구와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고가 나고 1년 동안 학업을 포기하고 간병을 하면서 찾아와주었죠. 그건만 해도 엄청 고마운 일인데도.. 저를 떠날 때, 마음이 너무 아팠고 원망도 약간은 있었을 테고.. 정말 매일매일 병실에서 혼자 울면서 힘들었죠."(김혁건)
듣고 있던 이시하가 "10여 년 전 더 크로스 복귀를 준비했을 때인데.." 라며 말을 이어갔다.
"얘가 뜬금 없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만나는 여자가 생겼다. 얘가 그런 말을 하는 애가 아닌데..내가 제수 씨라고 부를 사람이 생기는 구나 했죠. 그런 친구였지 그 여자 분이." (이시하)
"5년 정도 연애를 했고, 부모님도 뵈었고...(그런데) 자신이 짊어지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었겠죠. 저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말했죠. '네가 너무 힘들면 연락하지 않을게'라고요." (김혁건)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은 얼마 전 발매한 신곡 '바람의 시'에 담겼다. 'I can feel it in my face' 이라는 가사가 눈길을 끌었다.
"혁건이 몸에 감각이 남아 있는 건 얼굴 뿐이에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친구가 왔나 생각을 한다'고 말하더라고요."(이시하)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김혁건은 "10년이 벌써 지났고, 나도 이제 마음이 정리가 됐으니 더 이상 그녀가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람은 또 다른 신곡 '너에게 닿기를'에 담겼다.
"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바람의 시'만 들었을 때는 그 친구가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다고요. 아직도 그리워하는 걸로 받아들일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 그냥 이 음악을 듣고 그 친구도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나도 너와의 기억은 아름답게 남겨 놨다고." (이시하)
더 크로스로서 김혁건의 재기는 친구 이시하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시하가 병원에 누워있을 당시 병문안을 계속 왔다"면서 "다시 음악을 하자고 손을 내밀어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신곡을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고. 이시하에게도 김혁건의 의지는 음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이 친구가 극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한번 무대를 하고 내려오면 엄청난 컨디션 저하가 온다는 걸 알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이 제가 음악 하는 원동력이 됐더라고요. 혁건이가 버티고 있는 동안은 나도 버텨야 돼." (이시하)
두 사람의 마지막 인삿말이 뭉클했다.
"더 크로스가 음악을 계속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약간의 힘이라도 얻으실 수 있다면 행복할 거 같습니다."(이시하)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도 서고 노래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쭉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김혁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