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다 정규시즌에도 5번 치는거 아냐?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김하성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세 타석을 소화했다.
김하성은 이날도 안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앞선 2경기에서는 두 타석만 소화했는데, 이날은 한 타석 늘었다. 마지막 세 번째 타석은 삼진. 하지만 3경기 연속 안타와 볼넷을 1개씩 고루 얻어내며 시작부터 엄청난 상승세다.
그런데 이 3경기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3경기 연속 5번을 출전했다. 시범경기라 타순이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마이크 쉴트 감독이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김하성의 5번 기용에 대해 "선수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단순 실험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하성이 나올 때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등 주전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아무리 시험이라 해도, 의미 없는 타순을 짤 이유가 없다. 이 선수들이 5번 김하성 앞에 배치되고, 김하성이 뒤에서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밥 멜빈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그런데 김하성은 출루형 1번이 아니다. 펀치력, 클러치 능력이 있다. 지난 시즌 17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쉴트 신임 감독은 김하성의 특성을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게 두 번째 포인트다. 김하성은 25일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첫 타석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공이 맞는 순간에는 너무 높이 떠올라 중견수에게 잡힐 듯 보였다. 하지만 타구 힘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김하성은 "중심에는 맞았다. 나도 사실 공이 떠 잡힐 줄 알았는데, 힘이 실렸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하며 웃엇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당시에는 깡마른 체격이었던 김하성은 장타력을 늘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집중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7홈런이 결과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 비시즌에도 엄청나게 몸을 불렸다. 본인은 "살이 너무 쪄 걱정"이라고 했는데 벌크업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장타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 스타 군단 샌디에이고라도 김하성이 5번을 치지 못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정규시즌 김하성이 몇 번을 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하성 본인도 "타순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김하성이 5번 자리에서 장타력을 뽐낸다면 1번으로 평가받는 것보다 몸값이 더 치솟을 수 있다. 리드오프도 중요하지만, 결국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중심타자들이다. 20홈런을 넘게 치는 골드글러브 유격수라, 2억달러 FA 대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김하성은 올시즌 후 첫 FA 자격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