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무늬만 '밸류업'?…실망한 코스피·코스닥 하락폭 키워

by

'밸류업(Up) 맞나?'

한국 증시의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공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당초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였지만, 원론적인 내용에다 향후 계획을 밝히는 정도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당초 일본 정부의 정책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일단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는 권고 형식이라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6월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기업과 주식 시장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세부적이면서도 꾸준하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는 분명해진 상황이다.

▶기업의 자율성에 기대

금융위원회는 26일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그동안 정부가 예고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첫 구상을 내보였다.

이에 따르면 우선 1600여개에 이르는 전체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오는 7월부터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자금 유입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연기금 등의 투자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행동 지침)도 개정한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공시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최종 가이드라인을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통해 확정하고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자율적인 공시이기에 기업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세재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예정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을 지원한다. 또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상장돼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실망, 향후 과제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 경제대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10년(2014~2023년) 평균 ROE(기업 수익률)와 PBR(순자산비율·현재의 주가가 기업의 자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척도)이 각각 7.98%와 1.04배에 그친다. 대만과 중국 등 신흥국 평균이 각각 11.08%와 1.58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평균이 각각 11.55%와 2.5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방안이 발표된 26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0.77%, 0.13% 하락했고 27일도 0.83%, 1.57%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자율성에 대한 권고 형식이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시장의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반면 한국 정부가 벤치마킹을 했던 일본의 경우 니케이225지수가 26일 장중 역대 최고인 3만 9388.08을 찍고 4만 이상을 노리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시장 전문가들은 PBR 1배 이하의 상장사에 대한 주주가치 계선 계획의 수립 및 공시에 대해 일본 특유의 체면 중시 문화가 발동, 동종 업계가 치고 나가면 대부분 이를 따라가는 동시에 책임감이 강화됐고 우수기업의 사례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도쿄증권거래소 등 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래소가 기업 평가 및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도 주효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1차 방안에 대해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재벌의 파워가 큰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된 개혁을 하면서 강제성이 없는 권고 조치 정도로는 지배주주를 움직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수반되는 세제 혜택도 기대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진단했고,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가장 중요한 향후 추가 이익 및 현금 창출에 대한 기업의 노력에 대한 언급이 없고, 개인 투자자들의 배당 소득세 관련 내용도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확정을 1~2개월 앞당기기를 주문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일단 정부는 이날 프로그램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 기업에 세제 지원안을 확정해 상반기 중 발표하기로 했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5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보유한 234개사 중 이를 소각하거나 결정한 기업은 13.7%인 32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