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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월드컵 2관왕→패럴림픽 메달 도전'한체대 최사라"더많은 여성,용기갖고 도전했으면"[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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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최사라(21·한체대)는 2016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스키 입문 2년 만에 전국체전을 제패했다. 최사라는 11세였던 2014년 평창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해 스키에 흥미를 가졌다. 2년 뒤 최사라는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 2관왕에 올랐다. 신인선수상까지 받았다. 드림프로그램은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쉽지 않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각종 설상 및 빙상 종목을 소개하는 행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공략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시작했다.

알파인스키 시각 부문은 '가이드러너'와 2인 1조로 출전한다. 최사라는 희미한 형체와 가이드의 조언에 의지해 감각적으로 스키를 탄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다. 동계체전에서는 2년 연속 2관왕이다. 세계무대에서는 2023년 이탈리아 셀라 네비아 월드컵 활강에서 우승하며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올해 1월에는 2024 코르티나 국제스키연맹(FIS) 장애인 알파인스키 월드컵 활강과 슈퍼대회전 2관왕을 차지했다.

최사라는 "오랜만에 활강에서 1등을 했다. 일본 대회에서는 회전에서도 메달을 땄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최사라는 코르티나 대회 이후에 열린 삿포로 월드컵에서 회전 3위, 대회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사라는 "레이스 중에 실수가 나오기도 했는데 회복을 잘했던 점이 만족스럽다"고 돌아봤다.

최사라는 더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과 패럴림픽 메달이 목표다. 2026년 밀라노 동계패럴림픽을 정조준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회전 10위, 대회전 11위에 그쳤다. 최사라는 "코로나 탓에 훈련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 때는 사실 내가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대회에 나갔다고 생각한다"고 곱씹었다.

최사라의 가이드러너는 정상현(21·대구대)이다. 호흡을 맞춘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정상현은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최사라와)동갑입니다"라며 웃었다. 정상현은 "선수 생활을 7~8년 정도 했다. 선배의 소개로 (가이드를)시작하게 됐다. 나도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한다. 해외에서는 실제로 선수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슬로프에서는 무전으로 소통한다. 가이드가 먼저 출발한다. 정찰병이다. 턴을 하는 타이밍, 눈의 상태, 갑작스런 지형 변화나 돌발 상황 등을 전달한다. 속도 조절은 최사라 몫이다. 두 선수의 거리가 일정 간격을 초과하면 실격이다. 게이트 2개(회전은 3개)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 최사라는 "너무 가까워지면 '고고', 일정하면 '좋아', 멀면 '멀다'고 한다"라며 특별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당연히 둘이 친할수록 경기가 편하다. 정상현은 "긴박한 상황에 존칭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미소를 지으면서 "친구라서 훨씬 좋은 것 같다. 잘 통하려면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가이드는 선수가 요청한 콜을 오류 없이 정확히 듣고 실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갈등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한다. 최사라는 "사실 1년 반 정도 됐는데 짧은 시간이다.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게 느껴진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정상현은 "(최사라는)시야가 제한적인데 빠르게 오라는 콜에 과감하게 잘 탄다. 큰 장점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사라가 정상현에 대해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말하자 정상현은 "1점은 어디갔느냐"고 발끈하며 폭소를 유발했다. 최사라는 "미래를 위해 1점을 남겨뒀다"라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1점은 세계선수권과 패럴림픽 메달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정상현은 "내가 봤을 때 회전만 조금 더 연습하면 된다. 회전만 잘 타면 4관왕도 가능하다"라며 최사라를 추켜세웠다.

끝으로 최사라는 동료 선수들이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사라는 "솔직히 내가 장애가 없었다면 이런 지원이나 스키 같은 것들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체전 때도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여자 선수들이 많아져서 국내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그런 경기를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