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캡틴 아메리카' 마이크 트라웃은 여전히 에인절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강조했다.
오타니 쇼헤이를 잃은 LA 에인절스는 올 시즌 주목도가 뚝 떨어졌다. 트라웃과 더불어 팀내 최고 스타였던 오타니가 인근 지역 라이벌팀이자 리그 최고의 '빅마켓'인 LA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에인절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오타니는 에인절스와의 7시즌 계약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다. 에인절스에서 아메리칸리그 MVP만 두차례 수상했던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약 9327억원)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붉은색 유니폼에서 파란색 유니폼으로. 오타니가 합류한 다저스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드러내는 상황. 그러나 에인절스는 다소 암울하다. 트라웃은 스프링캠프 시작 후 첫날,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취재진 숫자를 보며 "오타니가 진짜 갔네(Ohtani must be gone)"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타니가 이적을 결심한 배경은 에인절스의 부진한 팀 성적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오타니는 계속해서 우승에 대한 욕심을 냈다.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뛰는 7시즌 동안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개인 성적만으로는 최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오타니가 다저스 이적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었다.
때문에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직후, 트라웃이 에인절스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소문은 꽤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트라웃이 이를 부인했다.
트라웃은 애리조나 템피에서 열리는 에인절스 캠프 시작 직후,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 "언젠가 트레이드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나는 에인절스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에인절스에서 우승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게 된다면, 내가 트레이드로 이적해 다른 팀에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9시즌을 앞두고 에인절스와 12년 4억3000만달러(약 5730억원)에 연장 계약을 체결한 트라웃이다. 계약 기준으로 당시 최고 규모 계약이었다. 그만큼 그는 에인절스와 함께 성장해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해 3월 WBC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차면서 '캡틴 아메리카'가 됐다. 결승전에서 오타니의 일본, 트라웃의 미국이 맞대결을 펼친 것은 그 장면만으로 엄청난 화제였다. 당시 오타니는 경기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트라웃은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이후, 침묵을 지켜왔다. SNS나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오타니의 이적에 관련한 코멘트를 하지 않았었다. 그는 캠프 시작 후 인터뷰에서 "왠지 다저스로 갈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오타니가 지난 시즌 여러 차례 다저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라웃은 "그에게는 정말 잘 된 일이다. 기쁘다. 당연히 나는 오타니가 우리팀에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그는 합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박수를 쳤다.
트라웃은 팬들에게 에인절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트라웃은 "아직도 이팀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좋은 선수들이 있다. 구단도 지난 몇년 동안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도 2% 정도의 역할은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