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거스 히딩크 감독을 감독을 좋아한다. '약팀을 상대로 거짓승리에 도취돼 있기보다 강팀과 상대해야 언젠가 강팀을 이길 수있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8강에서 '최강' 중국에게 매치스코어 0대3으로 완패한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이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안방에서의 뼈아픈 패배를 성공의 자산으로 삼을 뜻을 분명히 했다.
오 감독은 이날 중국을 상대로 1포인트, 1게임이라도 잡겠다는 강한 의지로 나섰다. 1게임 줄곧 쓰던 신유빈 대신 이시온을 내세우는 반전을 택했다. 이시온이 세계 1위 쑨잉샤와 붙었다. 2게임 전지희가 첸멍을 상대로 분전했고 3게임 신유빈이 왕이디를 상대로 마지막 게임스코어를 잡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거기까지였다.
단 한 게임도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 매치스코어 0대3으로 패한 후 오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짧은 플레이에서 길게 주고 우리가 받아치자는 작전이었고 연결 부분도 생각했는데 중국선수들이 준비를 너무 잘해왔다. 실력에서 완전히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오 감독은 최강 중국과의 경기를 준비함에 있어 지레 겁먹거나 꼬리 내리지 않았다. "백핸드가 좋은 이시온이 쑨잉샤와 백사이드에서 승부해주길 기대했고, 신유빈은 연결 플레이를 잘할 수 있어서 3번으로 전략적으로 뺐다, 승부를 해보려 했다"고 반전 오더의 이유를 설명했다. "신유빈 선수가 3단식 3게임에서 바나나플릭(치키타)로 상대를 공략한 부분은 칭찬해주고 싶다. 벤치에서 사인을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매경기 '해결사'로 맹활약한 '맏언니' 전지희에겐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3년째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데 마음이 통하면서 함께 잘할 수 있게 됐다. 문자로 하는 파리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감독님한테 꼭 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귀띔했다.
파리올림픽 출전권 목표는 달성했지만 중국을 8강에서 조기에 만나며 메달 목표는 물건너갔다. 대진 추첨에서 8강 중국 라인을 뽑은 후 아쉬움에 책상을 내리쳤다는 오 감독은 "중국을 뽑고 나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전지희 선수가 '우리가 더 좋은 팀 랭킹이 아니라서 그런 거지 감독님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저희가 앞으로 더 잘해야죠'하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오 감독은 안방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쓰라린 패배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보약이 되길 기대했다. "히딩크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히딩크 감독이 항상 하신 얘기가 강팀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강팀을 이길 수 있다"면서 "저도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 전에 정말 강한 선수들을 만나 스스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8강에서 중국에 막혀 탈락한 한국 여자대표팀의 실제 순위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냉정하게 말해 5~6위권으로 본다"고 답했다. "오늘 8강전에서 홍콩이 대만을 잡으면서 4위 대만과 5위인 우리와 랭킹 포인트 차가 100점 밖에 안난다. 파리올림픽 시드가 결정되는 6월까지 대만을 따라잡아 4번 시드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안방' 세계선수권을 통해 또 한뼘 성장한 선수들의 분발을 독려했다. "우리가 계속 이 상태로라면 항상 8강, 4강이다. 한번 중국을 이겨보려면 역시 아테네올림픽 때 유승민 회장님이 금메달을 땄듯이 풋워크가 좋고, 공격적이고 빨라야 한다. 빠르고 강한 파워 탁구가 아니면 우리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세계선수권이 끝나면 일단 대표팀은 해산이다. 각자 소속팀에 과제를 갖고 돌아가 남은 기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승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