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류현진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토론토는 22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공식 SNS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의 이미지 3장을 합성해 게재하고 그 위에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고 한글로 메시지를 달았다.
류현진은 이날 KBO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8년 17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그 직후 토론토 구단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류현진은 2019년 12월 4년 80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입단 첫 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단축 시즌을 맞아 12경기에서 67이닝을 던져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를 마크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이 부문 '파이널리스3'에 포함됐다.
2021년에는 전반기를 17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잘 마쳤지만, 후반기 14경기에서 6승5패,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6월 초까지 6경기에 나갔지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전열에서 이탈해 6월 19일 미국 진출 후 첫 토미존 서저리를 받으며 기나긴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13개월여에 걸친 재활 프로그램을 순조롭게 소화한 류현진은 지난해 8월 복귀해 시즌 끝까지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11경기에서 52이닝을 투구해 3승3패, 평균자책점 3.46, 38탈삼진을 마크,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토론토에서 4년 통산 60경기에 선발로 나가 24승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팬 매체도 류현진의 한국행을 아쉬움 속에 축복했다.
제이스저널은 같은 날 '류현진이 블루제이스에 끼친 영향을 돌아본다(Reflecting on Hyun Jin Ryu's impact on the Blue Jay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류현진의 발자취를 조명하며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블루제이스 팬이라고 밝힌 제인 체르니악은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와 4년 계약을 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상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쳤다'며 '전세계 블루제이스 팬들은 시원섭섭함을 느낀다(Blue Jays fans around the World are feeling bittersweet)'고 적었다.
이어 그는 '류현진은 블루제이스에서 전성기와 좌절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그는 토론토의 새로운 시대와 토론토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구단 역사상 매우 중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을 영입한 이후 FA 시장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벌여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지 스프링어, 케빈 가우스먼, 기쿠치 유세이, 크리스 배싯 등이 이후 FA 계약을 맺고 토론토에 합류했으며, 마커스 시미엔(텍사스)과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도 토론토에 머물면서 큰 힘을 보태며 성장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합류한 2020년 비록 단축시즌이었지만, 32승28패로 승률 5할을 넘기며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직전 시즌 승률 0.414에서 0.533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2021년에도 91승을 거두고 승률 0.562로 발전했고, 2022년과 작년, 2년 연속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류현진 이후 가세한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여기에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 캐번 비지오 등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하며 팀의 주축 전력으로 떠올랐다.
체르니악은 '게레로, 비, 비지오가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며 희망을 보여준 토론토는 작은 자극이 필요했다. 그때 류현진을 4년 8000만달러에 영입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토론토는 더 이상 아메리칸리그에서 변방으로 밀리는 팀이 아니다. 블루제이스는 지금 우승을 다툴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투수로 알렉 마노아가 꼽힌다. 그는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11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22를 올리며 단번에 주축 선발로 올라선 뒤 2022년 31경기에서 16승7패, 평균자책점 2.24를 마크하고 AL 사이영상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류현진 바라기'로 불리던 시절이다.
비록 지난해 마이너리그를 두 차례 내려가는 등 평균자책점 5.87로 고전했지만, 여전히 그는 토론토의 미래로 평가받는다. 체르니악은 '류현진은 그의 편에 서서 완벽한 멘토로 투수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마노아은 "그는 나의 커다란 빅 모델이다. 큰 형 같은 존재이고 내가 경험해야 할 많은 것들을 겪은 분이다. 내가 밟아갈 자취를 걸어왔다. 그를 존경한다"고 했을 정도다.
체르니악은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블루제이스 팬들은 그가 남긴 발자취와 상징했던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며 이별을 고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