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이 올해 들어 네 번의 의약품 회수를 진행하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불과 한달여 만에 불순물 과다 검출부터 변색까지 여러가지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
여기에 최근 발표된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수년간 지적돼 온 고배당 논란이 '적자 배당' 논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수익성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가를 위한 고배당 정책은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품질기준 미달 제품 줄줄이 회수…'이례적 빈도'
경동제약은 지난달 초부터 품질기준에 미달되는 제품 4건에 대해 회수를 진행 중이다. 2건은 자사 생산 제품, 2건은 위탁 생산 제품에서 문제가 생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지난 7일부터 피부염 치료제 '판테놀 연고'(성분명 덱스판테놀) 일부 제품에 변색이 발생해 영업자 회수에 들어갔다. '판테놀 연고'는 피부염·상처·화상 등에 쓰는 불투명한 흰색의 일반의약품으로, 회수 대상은 사용기한이 내년 4월 6일까지인 제조 번호 KF004, KF005 제품이다.
이같은 회수 조치는 지난 1일 당뇨병 치료제 '다파진에스듀오정'에 불순물인 'NTTP'가 초과 검출돼 회수에 나선 지 불과 6일 만이다.
앞서 지난달 2일에는 위궤양 치료 전문의약품 '자니틴정' 안정성시험(장기보존) 결과 불순물 'NDMA'가 초과 검출돼 회수에 나섰으며, 같은 달 18일에는 부신호르몬제 '스폴론정'의 포장재가 위탁 생산업체인 JW신약의 동일 성분·함량 제품 1병에 사용돼 회수에 들어갔다.
특히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 분류상 인간에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는 2A군에 속하는 물질이고, NTTP 역시 NDMA와 유사한 니트로사민 계열로, 과량 노출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일 현재 경동제약 홈페이지에는 회수 조치를 알리는 팝업이 여러개 떠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동제약 관계자는 "자사 생산 품목 관련 2건의 경우 더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전 예방적 조치로 이루어진 것이고, 위탁 생산 제품의 회수도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범위의 적극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선 3건은 식약처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초과하는 부분을 발견해서 회수조치가 이루어졌고, 판테놀 연고의 경우 소비자 불만에 대한 조치를 하면서 식약처와 협의해 회수를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4건의 의약품 회수 조치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제조·유통·관리가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져야하는 한다"면서, "잦은 회수 조치가 제약사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제품 출하시 기준을 엄격하게 시험·평가했지만,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규정과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적자 배당'까지 이어진 고배당 논란
이같은 안전성 논란과 함께 지난해 적자 전환한 실적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15일 경동제약 공시에 따르면,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626억원, 영업적자는 250억원, 당기순손실은 20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16일에는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율은 5.9%, 배당금총액은 108억5351만원이다. 실적 부진에도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
경동제약 당기순이익은 2019년 228억원, 2020년 129억원, 2021년 126억원, 2022년 121억원으로 3년 새 반토막이 났다. 2019년 47.1%(118억원)대에 불과하던 경동제약의 배당성향은 2020년 107.8%(138억원), 2021년 107.7%(109억원), 2022년 89.2%(109억원)로 고공행진을 거듭해왔다. 여기에 올해에는 '적자 배당'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아버지 류덕희 회장 등으로부터 지분 7.16%를 물려받은 류기성 부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류기성 부회장(17.51%)을 비롯한 경동제약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45%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경동제약 관계자는 "고배당은 주주친화를 위해 일관적으로 유지해 온 정책"이라면서 "(적자여도) 배당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는 계속 배당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