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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발을 살짝 담갔다" 데뷔 17년차, 천하의 유광우도 안도의 한숨…'승점 6점짜리 경기'의 무게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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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기적같은 역스윕의 순간. 정상부터 바닥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입에서도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왔다.

에이스 정지석이 부진했고, 임동혁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정한용과 무라드가 힘을 냈다. 대한항공은 17일 도드람 V리그 우리카드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패패승승승 대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5세트 마지막 순간의 승부근성이 빛났다. 12-12에서 정한용의 후위공격이 꽂혔고, 우리카드 한태준의 세트 범실이 나왔다. 김민재의 멋진 디그에 이어 정지석이 어려운 상황에도 정확한 세트를 만들었고, 무라드의 과감한 공격이 꽂히면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다투는 두 팀간의 경기. 이른바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유광우는 "지옥에 살짝 발을 담갔다 나온 것 같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쉽게 갈 줄 알았는데, 내 생각과 정반대 양상으로 진행됐다. 여러 선수들이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고, 그게 융화가 되면서 승리로 이어졌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1~2세트는 내 전술 실수였다"며 스스로를 탓했다. 유광우는 "배구가 작전대로, 분석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겠나.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게 승패를 가른다. 감독님이나 코치진이 가장 준비를 많이 하는 부분"이라며 웃은 뒤 "경기중에 정말 많은 피드백을 준다. 우리도 그 말을 믿고 따른다"고 강조했다.

우리카드 한태준은 2004년생의 어린 세터다. 유광우와는 무려 19살 차이가 난다. 유광우는 "어린 선수지만, 경기중에 그런 생각은 안한다. 내겐 이겨야하는 상대일 뿐"이라며 "내가 가장 잘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외국인 선수가 링컨에서 무라드로 바뀐 데 대해서는 "디테일까지 맞추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손보고 있다. 기본적인 것부터 맞춰가려고 노력중"이라면서도 "무라드가 내겐 장난도 많이 치고, 통하는 면이 있더라"며 향후 케미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대한항공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정한용(21득점, 공격성공률 53.6%)이었다. 유광우는 "에이스가 될 선수다. 사소한 거,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에이스다운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크게크게 걷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장충=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