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2024시즌 포항 스틸러스 캡틴은 '브라질 용병' 완델손(35)이다. 외국인 선수가 팀 내 에이스인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주장은 정신적 지주다. 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주장은 전 세계 어디서든 파격으로 통한다. 올해에는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이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다.
포항은 1973년 창단 이래 외국인에게 정식으로 주장 완장을 맡긴 역사가 없다. 대개 주장의 요건으로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는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원활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심판과 언어적인 문제 없이 대화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당연히 외국인은 어렵다. 2023~2024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토트넘이 손흥민을 캡틴으로 앉혀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포항 박태하 감독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박태하 감독은 작년 12월 부임했다. 전임 주장 김승대가 이적했기 때문에 후임자를 물색했다. 박 감독은 1월 첫째 주에 마음을 굳혔다. 박 감독이 본 선수단의 리더는 바로 완델손이었다. 박 감독은 "한 일주일 정도 지켜봤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충분히 따를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고참 선수들 의견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부분은 부주장 한찬희와 허용준이 해주면 된다.
완델손은 2015년 K리그 무대를 밟았다. 한국과 K리그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대전 제주 전남 등을 거쳤다. 2017시즌과 2019시즌 포항에서 뛰었다. 2022년 포항에 자리를 잡았다. 언어 장벽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듣기는 다 된다. 말하기가 제한적일 뿐이다. 포항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완델손을 엄청 따른다.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에도 굳이 완델손을 막 불러서 봐달라고 하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들과의 소통은 외국인 주장이 최고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최대 6명까지 보유한다. 팀 전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박태하 감독은 "외국 선수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크다. 완델손은 자격이 충분하다. 전부 원활하게 돌아가고 무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완델손도 자신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완델손은 "주장은 브라질에서도 한국에서도 처음이다. 무엇보다 일단 영광이다. 팀을 나 혼자 이끌어가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부주장과 함께한다. 감독님께서 믿음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고마워했다. 완델손은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모범이 되겠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팀은 가족 같은 분위기다. 함께 만드는 팀이다. 같이 헤쳐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K리그에서는 2011년 성남 사샤가 역대 최초 외국인 주장으로 임명됐다. 2023년에는 FC서울 일류첸코와 대구FC 세징야 등 외국인 주장 두 명이 한꺼번에 탄생하기도 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