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쏜살같이 미국 자택으로 돌아간 뒤로도 아시안컵 탈락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2일(한국시각), '위르겐 클린스만과 한국의 끔찍한 아시안컵 속사정: 전술, 여행(외유), 그리고 너무 잦은 미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클린스만호를 집중조명했다. 한국은 카타르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무기력하게 0대2로 패하며 결승을 밟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 기사는 '클린스만 감독의 안일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독일과 바이에른뮌헨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를 받은 필립 람의 자서전 내용, 미국 대표팀 시절 행보와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똑닮았다고 평했다.
람은 자서전 'Der Feine Unterschied'에서 클린스만호 스타일에 대해 "우리는 체력 단련만 했다. 전술적인 부분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전술적인 지시는 거의 없었다. 경기 전 선수들끼리 모여 경기를 어떻게 치를지 논의했다"고 적었다.
또 "'골을 넣어야 한다. 이기자'와 같은 동기부여의 말만 했다"고 꼬집었다. 대선배를 향한 비난은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이에 대해 "람의 얘기는 지극히 평범한 코멘트다. 25명의 그룹을 지도하면 모두가 다르다. 공격수는 슈팅 훈련, 미드필더는 패스 훈련, 필립 람처럼 수비수는 전술적인 훈련을 더 원하지 않을까 싶다"고 받아쳤다.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은 지난해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솔직히)전술가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파울루 벤투 전 감독보다 더 유하며,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여준다고 했다. 훈련 중 스타킹 내리기, 중국 원정경기 후 일부 선수들 조기 귀국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디애슬레틱'은 클린스만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비난을 회피하는 경향 등을 보였으며, 새롭게 도입한 아이디어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NBC 소속 카일 마르티노 기자는 "클린스만의 훈련은 조화롭지 못했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 당일까지 어디에서 뛸지 알지 못했다"며 당시 미국 대표팀 분위기가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람이 말한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체력 훈련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디애슬레틱'은 한 익명의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대회 전)선수들이 완전히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에서 잇달아 120분 연장승부를 펼친 대표팀은 4강 요르단전에서 체력 문제와 그에 따른 집중력 문제를 일으키며 무기력하게 0대2로 패했다. 체력을 강조했지만, 체력 싸움에서 밀린 셈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