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구보다 재밌는 '불혹' 절친들의 브로맨스.
KT 위즈는 베테랑들이 많다. 특히 야수쪽이 그렇다. 그렇다고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 '꼰대'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제 40세가 된 캡틴 박경수는 여전히 활기차고 후배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그런 박경수에게 '천군만마'가 등장했다. 우규민. 동갑내기 친구다. 2003년 LG 트윈스 입단 동기. 어릴 적부터 우정을 쌓았다. 박경수가 KT로, 우규민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며 이별도 했지만 야구 인생 황혼기를 앞두고 다시 만났다. 우규민이 2차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LG에서 풀지 못한 동반 우승의 한, 이번 시즌 함께 우승 감격을 누리자며 벌써 열심이다. 특히 우규민은 LG 시절 추억이 있는 박경수, 박병호와 다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있다. 우규민은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숙소에서 경수를 보면, 다른 팀에 있는 경수를 보러 놀러온 느낌"이라며 웃었다.
박경수는 "규민이가 20세때로 돌아간줄 알았다. 캠프 숙소에 도착한 후, 모자까지 새 유니폼을 풀장착하고 내 방에 왔더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규민이, 병호, (황)재균이와 근처 마트에 갔는데 어디 놀러와서 장 보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랬는데 유니폼 입고 같이 운동을 하니 이제야 같은 팀 동료가 된 것 같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전 쌀쌀한 날씨 속 야외에서 방송사 인터뷰를 하고 왔다. 제법 긴 시간 떨다 와 피곤하고, 비슷한 질문에 답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오늘 밤새 떠들 수 있다"며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서로에게 어떤 성적을 바라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박경수가 "규민이가 필승조에 들어갈 걸로 보이는데, 30홀드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팀 무조건 한국시리즈 간다"고 말했다. 우규민의 통산 한 시즌 최다 홀드는 2021 시즌 24홀드. 30홀드면 홀드왕에도 도전할 수 있다. 이에 우규민이 "그럼 나는 박경수 30홈런을 주문하겠다. 이렇게 된다니까. 30홀드 얘기는 제발 쓰지 말아주시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이어 "경수가 매 시즌 은퇴를 생각하는 상황인데, 수비는 당연히 1등이니 공격에서 조금 더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파워히터' 박경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두 사람에게 마지막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달라고 부탁했다. 우규민이 먼저 부끄러운 듯 "잘해, 임마"라고 선제타를 날렸다. 그러자 박경수가 "어, 잘할게"라고 답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박경수는 이내 "우리 부상 없이 한 시즌 잘해서, 마지막 우승하고 서로에게 반지 끼워주자"라고 진심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