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황금재능'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은 생애 첫 출전한 대회마다 '어나더 레벨' 활약을 펼쳤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땐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 원정 16강 달성에 보탬이 됐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압도적 존재감으로 한국의 3연속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이번엔 아시안컵이다. 그는 지난달 개막한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타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강인은 관심에 화답하듯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지난달 15일(이하 한국시각)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혼자 두 골을 넣는 '원맨쇼'를 펼쳤다. 한국에 3대1 승리를 안겼다. 그는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5경기에서 509분을 소화하며 3골-1도움을 기록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은 17차례 기회를 창출했다. 이 중 빅 찬스는 6회였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기회 창출 능력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2위 아크람 아피프(카타르·13회)와 4개 차이다.
이강인은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하이라이트' 장면을 완성했다. 전반 32분 날카로운 패스로 황희찬(울버햄턴)의 득점길을 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설영우(울산)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 취소됐다. 이강인은 후반에도 이재성(마인츠)을 향해 절묘한 패스를 건네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이강인도 유독 힘들었던 경기가 있다. 바로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이강인은 이날 선발로 나섰지만,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의 질척한 수비에 막혀 턴오버를 17회나 기록했다. 이강인의 플레이가 막히자 한국도 공격을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날 2대2 무승부에 그쳤다. 그것도 경기 종료 직전 상대의 자책골로 가까스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이강인은 '명예회복'에 나선다. 한국은 7일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4강전을 치른다. 20여일 만의 '리턴매치'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관건은 이강인의 몸 상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체력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여러 차례 쓰러지기도 했다. 이강인은 호주전 뒤 회복훈련 때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훈련 전 워밍업 때도 홀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그의 곁을 맴돌며 몸 상태를 집중 체크했다. 또 공식 훈련 때도 황희찬 김영권(울산)과 별도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다른 선수들이 러닝을 뛸 때 사이클에 매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사이클이 인대 회복 등에 좋다. 선수 몸 상태에 맞춰 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강인은 "지금은 컨디션이 좋고, 안 좋고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승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경기에 맞춰 좋은 상태로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향해 달린다. 이강인은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났다. 5일 훈련 때는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다시 뛰는 이강인, 결국은 '해결사'가 웃어야 한국이 웃는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