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란과 중요한 일전을 앞둔 일본 축구대표팀이 성폭력 혐의를 받는 핵심 선수의 존재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본축구협회(JFA)는 1일(한국시각), 공격수 이토 준야(스타드드랭스)의 대표팀 이탈 소식을 알렸다. 일본 매체 데일리신조가 '이토가 성범죄 가해자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고 보도한 직후,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토는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한 호텔에서 고소인 20대 A씨를 포함한 여성 2명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토측은 성폭력은 없었다며 허위고소 혐의 고소장을 오사카 경찰에 제출했다. 2일 여성 2명의 대리인 변호사는 "혐의를 확인하고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 허위 고소가 아니다"고 밝혔다. 진실 공방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JFA는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야마모토 마사쿠니 JFA 단장은 2일 카타르 현지에서 이토의 이탈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현지 취재진 앞에서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그중 이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이토와 함께 싸우고 싶다는 (선수단)의견이 많았다. 결국 이토를 남기는 쪽으로 재차 조정이 되었다"고 밝혔다. '누구의 의견인가'란 질문에 "선수들로부터 이토와 함께 싸우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답했다.
JFA는 일본 시각 2일 오전에 다시 협회 간부,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이토의 거취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니칸스포츠'는 "이탈 발표를 뒤엎는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협회는)최초의 이탈 결정이 '이토 선수 본인의 심신과 컨디션을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그럼에도 다른 선수들의 요청을 계기로 재고한 것이라면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판단"이라고 의아해했다.
이 보도는 우승후보 일본 대표팀에 '대형 폭탄'을 터뜨린 격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던 이토는 보도 이후 바레인과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에서 선발 제외됐다. 경기 다음날인 1일 일본 대표팀 훈련장에서 이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JFA가 이토를 최종적으로 소집해제한다면, 대체자없이 남은 토너먼트를 치러야 한다. 이토는 조별리그 1~2차전 베트남, 이라크전에 선발 출전하고, 3차전 인도네시아전에 교체투입해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에이스'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가 16강전을 통해 부상 복귀전을 치렀지만, 팀의 한쪽 측면을 책임지는 중요한 공격 옵션이 빠지는 건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토가 만약 잔류로 최종 가닥이 잡혀 3일 이란과 8강전에 출전해도 문제다. 아직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성폭력 혐의를 받는 선수를 경기에 투입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앞서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핵심 공격수 황의조(노팅엄포레스트)의 국가대표 자격을 잠정 박탈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결국 황의조를 아시안컵 명단에서 제외했다. 경기 외적인 요소가 미칠 영향을 사전에 차단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3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한국 축구의 약속의 땅'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