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뛴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
NC에겐 승리의 보증수표이자, 상대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150㎞가 넘는 직구에 생물처럼 휘는 스위퍼를 앞세워 리그를 평정했다.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5. 가히 적수가 없었다. 역대 최소 경기 10승, 15승, 10개 구단 체제 역대 최소 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외국인 선수 최초 트리플크라운, KBO리그 1경기 최다 탈삼진(12개), 외국인 선수 최초 단일시즌 20승-200탈삼진 등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들을 써내려갔다. KBO리그 MVP, 골든글러브가 따라온 것은 당연지사.
지난 시즌 페디의 성공 배경으론 스위퍼가 꼽힌다. 강력한 직구와 섞은 스위퍼에 상대가 치밀한 분석에 나섰지만, 타석에서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5선발로 활약하면서 쌓은 페디의 경험, 구위를 넘을 순 없었다.
올 시즌 KIA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KIA가 새롭게 영입한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은 모두 페디와 안면이 있다. 특히 크로우는 페디와 미국 시절부터 절친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사이. 두 선수 모두 페디와 마찬가지로 스위퍼를 구사할 줄 안다. 2일(이하 한국시각) 캔버라 나라분다의 MIT볼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서도 두 선수는 캐치볼을 하면서 스위퍼를 간간이 섞어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크로우는 "(KIA와 계약한 뒤) 페디에게 연락을 했다. 페디로부터 KBO리그 타자들의 특징, 어떤 상황에서 스위퍼를 활용했는 지 팁을 얻었다"고 밝혔다. 네일 역시 "페디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연락도 주고 받았다. KBO리그의 특징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영입이 가장 늦은 팀. 하지만 2017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된 크로우를 안았고, 올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네일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2020년 워싱턴 내서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했던 크로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투수로 성적을 남기면서 일본 프로야구팀에서도 구애를 받은 선수. 영입 소식 직후부터 페디와 비교되곤 했다. 네일 역시 빅리그에서 풍부한 경험을 안고 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40인 로스터에 들었던 선수라는 점이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크로우와 네일은 3일 스프링캠프 첫 불펜 투구에 나선다. 캠프 극초반이기에 전력투구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들의 구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연 첫 선을 보일 크로우와 네일은 KIA에 어떤 인상을 남길까.
캔버라(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