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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보상→자필 사과문 요구까지" 주호민, 교사 선처 철회한 이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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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 대한 선처를 철회한 이유를 밝혔다.

1일 주호민은 전날 예고한 대로 자신의 개인방송을 통해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입장 표명 이후 약 6개월간 침묵을 지켜왔던 주호민은 "개인 방송에서 입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상파나 지면에서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진의가 왜곡될 수도 있고, 축약하는 과정에서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호민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형량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유죄가 나와서 기쁘다거나 다행이라는 생각도 전혀 없다. 본인의 아이가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기쁠 리가 없지 않냐. 그냥 '학대당했구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거다. 여전히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현재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그는 "특수학교를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티오가 없고, 더 중증인 친구들을 위해 우선이 되기 때문에 갈 수 있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안학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지만 여의찮았다"고 전했다.

주호민은 2년 전 처음 사건이 터졌을 당시를 떠올리며 "새벽에 아내가 날 흔들어 깨워서는 아들이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거 같아서 자기가 녹음기를 넣었는데 뭔가가 있다고 하더라. 난 그 당시에는 별것도 아닌 거로 저러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한 부분"이라며 "근데 아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아내는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타오고 계속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과 관련된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지만, 스케줄을 소화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는 주호민은 "내가 없는 상황이니까 아내가 처남하고 이 일을 해결해 보려고 학교에 간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처남이 교장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난동을 부린 적도 없고, 5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들이 원래 학급에서 바지를 내린 사건과 관련해서 "아들이 바지를 내렸지만, 여학생이 보라고 내린 건 아니었다. 근데 기사가 와전돼 성에 매몰된 짐승같이 성추행범처럼 묘사하더라"며 "아무튼 당연히 잘못이었고, 여학생 부모님께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여학생에게도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여학생 아버지와는 만화 이야기도 하고, 포옹도 하면서 훈훈하게 끝났다. 근데 사과 안 했다는 기사가 왜 나왔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들을 전학 시키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우리 아이와 관련된 일 때문에 특수교사 선생님이 부재중이 되어서 특수학급 운영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우리가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찾아봤는데 그 학교 특수학급이 이미 과밀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규정대로 하면 두 반으로 나눠야 한다고 들어서 신청도 하고 진행 시키려고 했는데 그게 학교에 굉장히 부담이 간다고 들었다. 그리고 (두 반으로 나뉘면) 특수학급 티오가 늘어나는데 장애아가 늘어나는 건 일반 학부모는 물론 특수학급 부모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수학급 부모들이 나서서 증설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섭섭한 면도 있지만 너무 이해는 된다. 장애아 키우는 입장에서 특수학급 선생님이 사라지면 너무 힘들다. 시스템이 없어서 다 같이 피해 보는 구조였다. 그게 지금도 제일 후회되고 아쉬운 부분이다. 선생님을 신고하기 전에 다른 장애아 부모들과 이야기 많이 나누지 못한 게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뼈 아프다"며 "많은 반대가 있다 보니까 원래대로 돌려야겠다 싶었고, 과밀 상태가 아니면 한 반으로 유지가 될 수 있을 테니 아들을 급하게 전학시킨 거다. 근데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도망갔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후 지난해 7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은 주호민은 "그때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서 교권 이슈가 엄청 뜨거워진 상황이었는데 민감도가 엄청 올라간 상태에서 이게 그 사건과 엮이면서 완전 갑질 부모가 됐다. 모든 분노가 우리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악플들이 쏟아지면서 나도 아내한테 '왜 이렇게 일을 키웠냐'고 비난했다. '너 처남하고 도대체 뭘 한 거냐'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며 "당시에는 나도 똑같이 네티즌처럼 기사 내용만 믿고 아내를 엄청 비난했다. '선생님한테 카톡은 왜 보내냐'면서 화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가 보여준 2년 치 카톡 내용을 확인한 후에야 왜곡된 기사임을 깨달았다면서 '갑질'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주호민은 "기사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가족들이 살아가려면 이것 밖에 방법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다 내가 했다고 하라고 죽겠다'고 했다. 그날 결심을 하고 유서를 썼다"고 울먹이며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주호민은 선처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대 교사분께서 공포감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선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입장문도 냈다"며 "좋게 가려고 만남을 요청했는데 부담스럽다면서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후 상대측 변호사로부터 고소 취하서, 물질적 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의 요구 사항이 담긴 서신을 받았다는 주호민은 "다음 날 요구가 또 왔는데 돈 달라고 한 건 취소하고 대신 사과문에 들어갈 문장들을 써서 줬다"며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내는 조약서 같았다. 그래서 선처할 뜻을 거뒀다"고 밝혔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괴로운 반년을 보냈다는 주호민은 "이 사건이 장애인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주호민 아내가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후 확보한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만,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서는 신속히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녹음 행위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 판사는 "특수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오히려 짜증을 내며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으나 수업 중 일부 발언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정서적 학대로 인정될 뿐 전체 수업은 대체로 교육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어느 정도의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선처를 희망하는 교사들과 피고가 교사로서 비교적 성실하게 재직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박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으며,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도 유죄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현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